[사설]쌀 재협상, 더 유리한 조건 얻어내야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28분


정부가 미국 중국 호주 등과 진행 중인 ‘쌀 협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관세화(고율관세하의 시장개방)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데 주요 상대국들이 대체로 동의했다고 한다. 그 대신 국내 쌀 소비량의 4%인 의무수입 물량을 10년간 점진적으로 8.0∼8.9%까지 늘리고 일반 소비자에 대한 판매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쌀 수출국은 관세화 유예기간 중의 이행 상황 중간점검을 주장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이 많다. 정부의 1차 목표는 ‘관세화 유예 연장을 기본 방침으로 하면서 최대한 유리한 유예조건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얻어낸 관세화 유예조건은 관세화를 통한 개방보다 오히려 불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정부출연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만 보더라도 구체적 손익이 분명히 드러난다. 관세화의 수입 규모 파급 효과는 환율과 국제 쌀값 및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 결과 등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평균 확률로 계산했을 때 의무수입물량을 6.3∼6.4%로 늘리는 정도라고 한다. 관세화를 10년 더 유예하는 대가로 상대국들이 요구하는 8.0∼8.9%보다 수입 물량이 적은 셈이다.

관세화를 할 경우 환율과 국제 쌀값이 급락하면 쌀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위험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의무수입 물량을 7.1∼7.5%로 올려 주는 것보다 관세화를 하는 것이 유리할 가능성이 95%에 이른다. 안전비용을 넉넉히 잡더라도, 의무수입물량을 7.5%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차라리 내년부터 400∼500%의 관세를 붙여 외국쌀을 수입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해 상대국들의 요구 수준을 대폭 낮추는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 아울러 협상이 여의치 않아 관세화가 불가피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농민·농촌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