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란-공항 스케치 등

  • 입력 2005년 7월 19일 18시 55분


아시아나 항공의 파업 나흘째인 19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의 피해와 불안감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이날 국제선 항공편이 처음으로 결항되는 등 '항공대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는 "이러다 돌아오는 항공편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초조해하는 출국 승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태국으로 출국해 일요일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인 이영태(38) 씨는 "혹시 파업이 장기화돼서 비행기를 못 타게 될까봐 걱정"이라며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 예비군을 투입하는 셈인데 자칫하면 대형 사고가 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결항 사실을 휴대전화로 통보받지 못한 승객들의 불만도 높았다.

이날 저녁 호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칠레 교민 윤모(42) 씨는 "결항이 걱정돼 17일 항공사에 전화했더니 '별 지장이 없다'고 했다가 18일에는 다시 '결항됐다'고 말을 바꿨다"며 "한국에서 휴대전화가 없어 따로 연락도 받지 못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역시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김철환(29) 씨도 "휴대전화가 없어 연락도 못 받고 있다가 19일 새벽 항공사에 전화를 했더니 계속 '기다리라'는 통보만 받았다"며 "오전에 다시 전화를 해보니 '직접 대한항공에 연락해 예약하라'며 막무가내로 나왔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은 이날 호주 시드니행 항공편이 결항되자 승객들을 일본 등지로 경유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 수속 창구에는 "비행시간이 늘어났다" "경유를 하게 되니 번거롭다" "호주까지 마일리지는 많은 포인트가 쌓이는데 일본까지만 가게 돼 마일리지에 손해가 크다"는 등 승객들의 원성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제주행을 제외한 국내선 항공편이 '올-스톱'된 김포공항에도 탑승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노르웨이에서 도착해 진주행 비행기를 타려했던 한 노르웨이인 부부는 "한국으로 출발할 때나 기내에서 파업 안내 방송이 전혀 없었고 옆자리 승객을 통해 겨우 얘기를 들었다"며 "막상 공항에 와보니 항공편이 없어져 진주 도착이 두 시간이나 늦어졌다"고 당황해했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외국에서 출발하는 외국인 및 한국인 승객들에게는 결항 사실을 알려줄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종사나 승무원들도 항공 대란의 여파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제주에서 김포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의 한 조종사는 "파업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건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파업에 찬성하는 파일럿들과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골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한 승무원도 "지금 타고 가는 비행기 편은 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의 항공편이 없을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들도 파업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저마다 비상 업무 체제에 돌입했다.

한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드니행 항공편 하나만 결항돼 큰 지장은 없었지만 고객들의 문의전화는 계속 많아지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환불이나 손해배상 등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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