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른다”고 예측했다가 틀리면 체면이야 깎이지만 회사에서 쫓겨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가가 내린다”고 예측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회사는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본 손실의 책임을 비관론자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 최후의 비관론자’로 불렸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유동원 상무가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 증시의 어두운 면을 파헤쳤던 그의 ‘독설’은 올해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과거에도 비관론자가 쓸쓸히 증시를 떠난 일이 있다. 2001년 말 비관론을 폈던 피데스증권 정동희 전 투자전략팀장과 지난해 말 홀로 비관론을 유지했던 교보증권 임송학 전 리서치센터장이 증시를 떠났다.
반면 미국에서는 비관론자라고 해서 낙관론자보다 더 위태롭지는 않다. 수년째 증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 스티븐 로치 씨는 비관론으로 유명하다. “로치 씨가 여름휴가를 떠나면 주가가 1%가량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
증시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위험은 항상 있다. 위험을 알리고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이 비관론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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