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요. 시장과 언론은 마치 제가 물가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온건주의자인 것처럼 보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미국 투자뉴스 전문 케이블TV인 CNBC 미모의 여성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 씨. 답을 한 사람은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이다.
한마디씩 주고받은 이 대화가 뉴욕 증시를 뒤흔들었다. 1일 오후 2시 40분(현지 시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는 바티로모 앵커가 “지난주에 버냉키 의장과 만나 저녁을 함께했는데요”라며 이 대화를 소개하자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증시에서는 버냉키 의장과 FRB가 조만간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나 이런 확신이 무너진 것.
버냉키 의장의 대화로 미뤄 볼 때 FRB의 금리 인상 행진이 한동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오럴 해저드(oral hazard)’라며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공식 경로가 아닌 사석에서 금리정책의 일단을 내비친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S&P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시장이 자신의 발언을 잘못 해석하면 다음 연설에서 바로잡아 줬다”며 “버냉키 의장은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