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건산업은 2005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실적 가운데 모두 319억 원을 부풀려 계산했다고 고백했다.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 여파로 이건산업 주가는 4일과 9일 이틀(거래일 기준) 연속 하한가로 추락하는 부진에 빠졌다.
9일 북한 핵실험 실시라는 돌발 악재로 급락한 종목이 부지기수이지만 이건산업의 추락이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 회사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가치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가 남태평양의 솔로몬 제도에서 20년 뒤를 내다보고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년을 기다려 줄 만한 빛나는 가치주’라는 극찬이 나오기도 했다.
몇몇 주간지와 방송은 솔로몬 제도를 개척한 이 회사 박영주 회장의 선각자적 정신을 ‘진정한 기업인의 표상’으로 칭송했다. 또 박 회장의 나눔 경영 철학도 이건산업의 도덕적인 기업 이미지를 높였다.
이랬던 이건산업이 분식회계를 함으로써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순간에 저버렸다.
이건산업에 장기투자하고 있던 한 기관의 펀드매니저는 “이유가 무엇이건 분식회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로서 정말 실망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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