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파생상품시장이 개설된 이래 선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가장 극적인 변화는 2001년 9월 12일 일어났다. 이날은 마침 선물과 옵션 만기일 하루 전이었다.
그런데 11일 밤, 미국에서 공포의 9·11테러가 일어났다. 이 여파로 12일 장이 시작되자마자 국내 증시는 쑥대밭으로 변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옵션시장에서 기록적인 대박이 터졌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볼 수 있는 풋옵션 쪽에서 엄청난 ‘잭폿’이 터진 것이다.
특히 테러만 아니었다면 하루 뒤 만기일에 휴지 조각이 됐을 뻔한 행사가격 62.5짜리 풋옵션 가격이 테러 덕에 하루 만에 무려 5만700%, 즉 507배나 올랐다. 이 옵션을 전날 100만 원어치 사들인 투자자는 하루 만에 5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쪽에 돈을 건 투자자들은 9·11테러 여파로 ‘쪽박’을 찼다.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일대에서 사설 투자자문을 운영하던 전업투자자 수백 명이 이날 전 재산을 날리고 증시를 떠났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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