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어서…”▼
▽박승 한은 총재, 10월 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박 총재는 5만 원권, 10만 원권 등 고액권 발행 계획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총재가 된 날부터 지금까지 노력했지만 힘도 없고 설득력도 없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지금보다 크기를 줄이고 도안도 크게 바꾼 새 지폐는 내년 1월 2일 5000원권을 시작으로 차례로 발행되지만 5만원권 이상 고액권은 결국 박 총재의 임기(내년 3월) 안에는 발행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비굴한 이익보다는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9월 12일 현대그룹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에서=현 회장은 개인 비리 혐의로 퇴출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 복귀시킬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으로부터 김 전 부회장 복귀 압력을 받은 현 회장은 “김 전 부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북사업의 미래를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회장은 10월 22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귀국하면서 “오너가 아니면서 오너처럼 행동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며 “현대를 떠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내놓겠다”▼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 7월 3일 언론 인터뷰에서=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정부는 8월 31일 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부유층 일각에서 “참여정부가 끝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며 “2년 반만 버티자”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김 실장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이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8·31부동산대책의 주요 내용은 아직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골프 잘하는 사람이 먼저 치듯이 시장경제도 마찬가지”▼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 10월 30일 경제부처 수뇌부와의 골프 회동 후=참여정부 들어 이날 처음으로 경제 4단체장과 이해찬 국무총리, 한덕수 경제부총리 등이 경기 수원시 남부컨트리클럽에서 만났다.
골프 모임이 끝난 뒤 강 회장은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서로 이해가 통했다”고 말했다. 시장경제를 살리려면 앞서나가는 기업의 기(氣)를 꺾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갱생하는 솔개냐, 극지의 들개냐”▼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 4월과 9월 각 은행 월례조회에서=올해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지만 은행장들은 달리는 직원들에게 매서운 채찍을 가했다.
황 행장은 “40년 살다 죽는 솔개 중 일부는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갱생의 길을 선택해 30년을 더 산다”며 갱생하는 솔개가 되자고 직원들을 다그쳤다.
신 행장도 질세라 에스키모의 들개 사냥법을 소개하며 타성에 젖어 서서히 죽어 가는 들개가 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날카로운 창끝에 동물의 피를 발라 들판에 세워놓으면 들개들이 달려들어 피를 핥다 혀가 마비되고 결국엔 자신의 피를 핥는지도 모르며 죽는다는 섬뜩한 수사였다.
▼“제가 원래 외딴 섬에 살고 있습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 9월 22일 국회 농림부 국정감사에서=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잇따랐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위장 전입 농지 매입 의혹으로 낙마했고, 이해찬 국무총리도 경기 안산시 대부도 땅 투기 의혹에 시달렸다.
박 장관은 국감에서 “장관 부인은 외딴 섬에 땅 안 샀죠?”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경남 남해가 자신의 출신지라고 받아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 총리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세간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이동하는 자가 승리하고 성을 쌓는 자는 패배할 것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9월 12일 기자회견에서=세계 최초로 50나노미터(nm) 공정의 16기가비트(Gb)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황 사장은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끊임없이 연구개발(R&D)하는 자만 살아남는다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 비결은 바로 ‘디지털 유목민’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예보하는 역할까지 맡겠다.”▼
▽강권석 중소기업은행장, 3월 9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시중은행장 대부분은 중소기업 금융과 관련해 기회 있을 때마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어려울 때 대출을 회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 행장은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이 향후 닥칠 위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 것.
그러나 올해 들어 11월까지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5조4286억 원 늘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의 가계대출은 27조3248억 원 늘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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