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他山之石 멕시코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KBS가 맞나, 정부가 맞나? 지난해 6월 KBS 스페셜은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에서 국민 경제가 다 죽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멕시코의 농촌과 기업을 완전히 장악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노점상이 되거나 불법 이민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KBS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정부가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에 나서 ‘국민의 방송’ KBS를 신뢰하던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KBS가 틀렸다. 인과(因果)관계 분석 없이 모든 비극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탓으로 몰았다. 2004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 중 글자 빼고 그래프만 봐도 멕시코의 NAFTA 이전과 이후는 크게 다르다. 역내 수출은 2배, 외국인 투자는 4배, 국내총생산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노점상과 불법이민도 급증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규제, 수준 낮은 교육이 그대로여서 소외계층이 더 밀려났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판삼아 구조개혁을 해야만 최대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IMF는 강조하고 있다. 멕시코는 금융개방을 해놓고도 관치(官治)은행 보호에 매달리다 1994, 1995년 호된 외환위기를 겪었다. 막강 교원노조가 주장하는 평등교육 때문에 기술력을 키우지 못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중국에 밀리고 있다. 2003년 추진했던 고용과 해고 자유화도 노조 반대로 좌절됐다. 에너지산업 등의 방만한 공기업과 부정부패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

▷FTA는 만병의 근원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개방을 하고도 절반의 개혁으로 절반의 경쟁만 허용하면 효과도 반감될 뿐이다. 더구나 한미 FTA엔 교육 의료 서비스 등 우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부분들이 빠져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2월 “멕시코의 재정, 에너지,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연이 잠재성장률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문제와 해법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부터 공공개혁을 시작해 ‘진심’을 보여야 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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