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외국 쌀이 민간소비용으로 팔리면 올해 쌀 수확기에 작년 대비 10% 이상 떨어진 쌀값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 밥 짓는 쌀도 시중 판매
한국은 쌀 시장 개방을 10년 연기하는 조건으로 올해 외국 쌀 22만5575t(1988∼90년 국내 연평균 소비량의 4.4%)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전남 나주시 농민들이 23일 나주시 다시면 나주∼목포 국도 1호선에서 농기계를 몰고 도로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다 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의 쌀 협상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농민 집회로 국도와 고속도로 곳곳이 정체를 빚었다. 나주=이훈구 기자 |
하지만 비준이 지연돼 실제 수입 시기는 내년 3, 4월이 될 전망이다.
의무수입물량은 △2006년 24만5922t △2010년 32만7311t △2014년 40만8700t으로 늘어나며 2015년에는 쌀 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올해로 예정됐던 의무수입물량의 10%인 2만2558t과 내년 말 수입되는 쌀의 14%인 3만4429t 등 총 5만6987t의 쌀이 내년에 밥 짓는 용도로 시중에 판매된다.
의무수입물량 대비 시판물량 비율은 매년 4%포인트씩 늘어 2010년에는 수입 쌀의 30%가 시중에 나온다.
○ 쌀값 더 떨어질 듯
값싼 수입 쌀이 유통되면 쌀값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쌀 한 가마(80kg)의 산지 평균 거래가격은 14만1000원. 추곡수매제 폐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가격(16만5000원)보다 14.5% 하락했다.
반면 미국 및 중국산 쌀 한 가마는 3만6000원 정도에 수입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 쌀을 공매에 부쳐 낙찰가를 높이더라도 수익성을 따지는 쌀 도매상들이 입찰가를 크게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유통단계에서 외국 쌀은 국산보다 가마당 1만∼2만 원 싼값에 팔릴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徐溱敎) 연구위원은 “국산 쌀과 수입 쌀을 섞어 파는 부정유통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가구 중 1가구 “수입 쌀 사겠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밝힌 ‘수요처별 수입 쌀 구매의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쌀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가구는 전체 조사 대상 606가구의 54.0%였다.
수입 쌀을 사려는 가구를 세분하면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다면 살 것’이라는 가구가 43.5%, ‘품질이 좋다면 가격과 상관없이 살 것’이라고 답한 가구가 9.3%였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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