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의 금고 안에서 비자금 장부가 발견됐나.
“구멍가게는 비자금 조성과 보관, 집행을 모두 사장 혼자서 한다. 기록을 남겨서 검찰에서는 수사하기도 쉽다. 그러나 대기업의 금고는 보관 장소일 뿐이다. 현대차그룹의 보관 책임자는 글로비스 이주은(李柱銀) 사장이다. 조성과 집행 책임자는 따로 있다. 금고에는 금전출납부와 같은 입출금 장부만 있었다.”
―입출금 장부에 비자금의 조성 내용과 용처는 적혀 있지 않나.
“보관 책임자는 비자금의 조성 내용과 용처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돈이 간 곳이 너무 뻔해 장부에 기록을 안 해 둔 것 아니냐. 현대차그룹 최고 정점인 오너에게 간 것 아닌가.
“확인해 줄 수 없다.”
―비자금 용처를 수사할 때 정 회장 부자 수사를 거쳐야 되나.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차그룹 수사가 비자금과 또 다른 별건 수사로 나뉘나.
“이 사건 수사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까, 방향은 정해진 것이 없다. 수사팀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기업 운영 과정의 비리에 대해 수사를 하게 됐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투명해져야 되는 것 아닌가. 회사를 이용한 (기업 총수의) 부의 축적이나 이전 등이 적법했는지도 수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고심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수사 단서가 여러 차례 포착돼 그 부분의 수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을 너무 정관계 로비에만 초점을 맞춰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스크린을 하고 있다. 좀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 수사하는 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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