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1차협상 종료]‘쌀-섬유 기선잡기’ 탐색전 팽팽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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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호나우지뉴가 외계인이라는 주장의 증거로 게재한 자자빙스 사진(왼쪽). 오른쪽은 호나우지뉴.
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호나우지뉴가 외계인이라는 주장의 증거로 게재한 자자빙스 사진(왼쪽). 오른쪽은 호나우지뉴.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9일 서비스, 지적재산권, 환경, 무역구제 분과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한미 양국은 전체 17개 분과, 2개 작업반 가운데 농업, 위생검역(SPS), 섬유 등 3개 분과와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등 4개 분야에서 통합협정문 마련에 실패했다.

나머지 14개 분과, 1개 작업반도 통합협정문을 만들긴 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양측 주장을 병기한 조항이 60%에 이른다.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첨예하게 대립한 농업, 섬유분야

1차 협상은 쟁점을 타결하기보다는 양측이 지난달 19일 교환한 협정문 초안을 토대로 통합협정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따라 양국간에 특별한 이견이 없는 기술적인 부분은 단일조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쟁점 조항들은 양측 주장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통합협정문을 만들었다. 섬유, 농업, 의약품 등 민감한 분야는 통합협정문 작성에도 실패했다.

한국은 섬유, 무역구제(미국의 반덤핑 조치 발동요건 강화) 분야에서, 미국은 농업, 의약품, 자동차 분야에서 공세를 펼쳤다.

특히 섬유와 농업 분야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은 농업분야 보호를 위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도입을 주장했다. 쌀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는 2차 협상 때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자국의 취약산업인 섬유분야에 대해 세이프가드와 ‘얀 포워드’ 도입을 주장했다. ‘얀 포워드’는 원사(原絲) 생산지에 따라 섬유제품 원산지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원사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한국에 불리하다.

○ 법·제도 개선도 협상 테이블로

미국은 한국의 법·제도와 관련된 문제를 파고들었다.

먼저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 건전화 방안으로 내놓은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추진 방안’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 방안은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신약이라도 무작정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넣지 않고 약효 대비 경제성(가격)을 평가한 뒤 보험금 지원 대상 약품을 제한하는 내용. 미국 정부는 신약을 수출하는 미국 제약업계에 타격을 주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또 배기량 기준으로 되어 있는 국내 자동차 세제를 가격 기준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미국산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커 FTA로 관세면제 혜택을 받더라도 현행 한국 자동차세제로는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대해 한국은 법과 제도를 건드리는 문제에는 ‘수용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한국은 또 미국의 반덤핑 제도로 인해 국내기업이 1983년부터 2005년까지 373억 달러의 부과금을 냈다며 반덤핑 발동 요건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물품취급 수수료 면제도 요청했다. 한국기업은 물품취급 수수료로 연간 평균 9000만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미국은 물품취급 수수료 면제에 대해서는 검토 의사를 내비쳤으나 반덤핑 제도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

○ 본 게임은 다음 달 서울에서

한미 FTA 협상의 본 게임은 다음 달 10∼14일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부터 시작된다.

양국은 2차 협상에서 양허안과 유보안을 교환함으로써 본격적인 ‘주고받기’ 협상에 나선다. 양허안은 관세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시기와 폭을, 유보안은 쌀 등 개방 예외품목을 담게 된다.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쌀 시장 개방을 포함한 농업분야는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분야. 미국으로선 이 문제가 의회 비준 여부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절충이 간단치 않다.

자동차, 의약품 등 양국의 법과 제도를 건드리는 쟁점도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내부 갈등과 반발을 어떻게 조율하고 설득하느냐가 협정 타결의 선결 조건인 셈이다.

다만,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양국이 협정문 초안을 강경하게 마련했지만 이는 협상전략이므로 충분히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FTA는 특혜를 주고받자는 것”이라며 “서로 취약부분을 알고 있는 만큼 주고받는 수준을 결정하면 협정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위대 폭력사태는 없었다

한국에서 온 원정시위대 40여 명은 4∼9일 엿새 동안 미 의회, 백악관, 무역대표부(USTR) 주변에서 “FTA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미국 내 한인단체, 미국 반전단체 등과 연계해 한때 시위대 규모가 200명까지 늘어났고,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4명이 “우리도 반대”라며 가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며 우려하던 폭력시위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 때 총력투쟁을 다짐하고 있어 통상교섭본부가 협상 장소 물색에 골머리를 앓는 등 벌써부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워싱턴=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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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역시 ‘뜨거운 감자’▼

북한 개성공단 문제는 예상대로 한미 FTA 협상의 ‘뜨거운 감자’였다.

한국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고 미국에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한국의 관세영역 밖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공세를 취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이스라엘, 레바논 등과 FTA를 체결하면서 역외가공 특례를 인정했다는 점을 집중 거론했다.

역외가공 특례는 예를 들어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투입된 원자재 및 부자재가 부가가치 기준으로 60% 이상 한국산이라면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원자재를 한국에서 가져가므로 역외가공 특례에 해당된다는 것.

싱가포르는 미국과의 FTA 체결문에 역외가공 특례 조항을 넣어 인도네시아 빈탄 섬에 있는 공단에서 정보기술 제품과 의료기기를 생산해 싱가포르 항으로 가져간 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또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하면서 요르단 서안과 가자지구에 위치한 이스라엘 공장지대를 무관세 특혜지역으로 정해 여기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산 제품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8일 한국 기자들을 만나 “개성공단 문제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반대할 것”이라며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남북을 함께 선택하거나 둘 다 하지 말라고 미국에 극단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테러국가로 지정한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려면 테러관련법을 3개나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이 이 문제를 조용히 제기했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쟁점화해 타협의 여지가 없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미 의회와 국민이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개성공단 문제의 해법은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향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 정치적인 상황에 좌우될 전망이다.

워싱턴=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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