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출시된 포드의 중형 세단 ‘올 뉴 퓨전’(사진)을 시승하며 받은 느낌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국산 자동차는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차’라는 선입견이 여전하다. 퓨전은 그러한 인식을 지워내기 충분한 수준의 혁신성을 갖췄다.
가장 큰 특징은 훌쩍 줄어든 배기량. 구형 퓨전의 배기량은 2.5L급과 3.0L급 두 가지였다. 신형은 1.6L와 2.0L급으로 줄었다. 그러면서도 최고출력은 각각 177마력과 243마력으로 변함이 없다.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성능은 유지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기술의 힘이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2.0L급 엔진을 장착한 ‘2.0 에코부스트’. 실제 주행 느낌은 배기량을 의심할 정도로 시원했다. 차체 길이는 4870mm로 국산 준대형급 세단에 맞먹는 크기이지만 엔진의 힘은 육중한 차체를 끌고 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승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숙성. 작은 엔진을 쥐어짜내듯 달리는 특성상 소음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내는 의외로 조용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옛날 미국 차’의 투박함을 찾기 어려웠다. 쿠페(문짝이 2개인 날렵한 형태의 스포츠형 자동차)의 느낌을 주는 역동적인 측면 디자인과 후드 위의 장식선, 세련된 라디에이터 그릴로 한껏 멋을 냈다.
편의·안전장치는 현대적인 감각을 갖췄다. 스마트키의 원격시동 기능은 겨울철 추운 날씨에 미리 시동을 걸고 차내 온도를 높여둘 수 있어 편리했다. 운전 중 차선을 이탈하면 진동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자동으로 주차공간을 감지해 평행 주차를 돕는 ‘능동형 주차 보조 시스템’ 등 첨단 장치를 갖췄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음성인식 시스템 ‘싱크’는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포드 올 뉴 퓨전은 확연히 달라진 미국 차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아쉬운 점은 한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도 그간 신차 개발에 만만치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2L급 모델의 연료소비효율은 L당 10.3km로 경쟁 모델에 비해 소폭 낮은 편. 가격은 3715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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