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우리 증시가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는 ‘깜짝 기록’을 만들었다. 중동 및 아프리카 정정(政情) 불안, 동일본 대지진, 인플레이션 우려, ‘시한폭탄’ 가계부채 등으로 기진맥진하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인데, 이처럼 빠른 복원력을 보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 내부의 질서를 의미하는 건전성 측면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 선을 넘어서던 1989년, 1994년, 1999년 시절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반쪽’ 성장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일부 상장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도덕한 자금조달 행태, 감독 당국의 허술한 관리는 후진국 증시의 전형을 보여 준다.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열흘 전에 42억 원의 무담보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투자증권은 이 CP를 ‘LIG그룹’ 브랜드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결과적으로 최종 손해는 개인들이 떠안아야 할 상황이 됐다. 우리증권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한마디로 무책임한 얘기다. 이에 앞서 씨모텍은 올 1월 주주와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287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달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직전에 몰렸다. 2010년 감사보고서상 의견 거절과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개연성이 높은 상장사 가운데 퇴출 사유가 발생하기 불과 1∼3개월 전에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 곳이 10개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기업들도 문제지만 부실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CB를 발행할 때 실사(實査)를 한 주관 증권사들, 증권신고서를 승인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정말 부실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심사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증권사는 현장에 가지 않고 서류로만 심사하는 등 수박 겉핥기 식 실사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 실상이 이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적자투성이로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은 씨모텍의 증권신고서가 어떻게 승인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에 금융감독 당국은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특히 CP를 비롯해 10억 원 미만의 소액 유상증자와 CB 발행 등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부실기업들의 급한 자금조달 통로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다.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선제적 대처가 아쉽다.
해마다 3월이면 30개 안팎의 기업이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는 ‘퇴출 대란’이 일어나 투자자들이 마음을 졸인다. 증시는 기업이 자신들의 신용으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시장인 만큼 진입장벽을 높게 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장 절차를 엄격히 해 부실 징후기업의 증시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생각이다. 상장심사를 꼼꼼히 하되 성장성 있는 기업에는 자금을 직접 조달할 기회를 주면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철저하게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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