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 간 재정절벽(재정지출이 급격히 줄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 문제 해소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낙관론도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또 최근 발표된 거시지표를 보면 여전히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고 있다. 민간소비 부문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설비투자 부문의 회복세는 더디다. 기업들은 신규투자를 주저하고 오히려 계속 비용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금융회사도 이런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려운 기업환경 속에서 오히려 더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강구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경영혁신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 의욕이다.
미국 시장 내 글로벌 금융리더 중 선도 기업들은 최근 들어 IT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이 다시 반등할 때를 대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금융업의 핵심이 IT와 인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얼마 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뉴욕에서 주관한 ‘은행·자산서비스 콘퍼런스’에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골드만삭스의 기업가치 증대 전략들을 소개하며 그중 하나로 ‘저비용’을 언급했다. IT와 영업지원 부문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저비용 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골드만삭스의 이익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골드만삭스는 예전부터 IT 부문에 투자를 많이 해 왔다. 그래서 블랭크페인 회장의 이 같은 발표는 어떻게 보면 지난 전략의 되새김질이라고 평가 절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저비용 전략에 대한 의지가 단순히 과거 전략의 재발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불확실한 시장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경영혁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2011년 중반 이후 전사적으로 인력을 8% 줄여 왔지만 IT 관련 인력 채용은 2009년 이후 6% 늘려왔다고 추가 언급하는 것을 보면 더욱더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첨단 IT 시스템을 도입한 덕에 골드만삭스는 주식 거래의 60∼70%를 트레이더가 참여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는 주식 거래에 적용한 시스템을 채권, 파생상품 등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물론 금융회사가 원하는 대로 저비용 구조가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얼마 전 뉴욕 주의 고용·임금 관련 보고서는 “뉴욕 소재 금융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 2년여 간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지만 살아남은 직원의 연봉 수준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많은 직원을 해고했는데도 살아남은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시장상황이 좋지 않고 다양한 상품 운용이 어려운 국면에서 금융회사들이 오히려 우수인재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감원과 함께 절감해 온 인건비 분야는 급여가 아닌 비급여 분야였다. 금융회사들이 직접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eFiancialCareer.com’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불황일수록 우수인재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는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의 응답자 중 41%는 “올해 연간 보너스 금액이 작년보다 증가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월가에서 소위 ‘우수인력’으로 평가받는 인재들의 보상수준에 대한 기대치는 시장상황이 나빠질수록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악화된 시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IT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에 더 적극적이다. 이들은 이를 통한 경영혁신 추구,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효과 또한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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