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내수와 소비 진작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발 재정위기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지긋지긋한 모양이다. 그만큼 중국도 많이 지쳤다.
중국 정부는 세계 경제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데서 탈피해 중국 내수와 소비 진작을 수단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중국인의 부(富)를 늘릴 방침이다. 이를 통해 체제를 안정시키고 정치 개혁을 좀 더 쉽게 가져갈 심산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복잡한 상황 속에 빠져들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정책이 잘 먹혀들었는데 점점 더 사회가 복잡해져 정책을 쓰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 시장을 보자. 부동산 가격은 정부 정책에 따라 잠깐씩 빠지긴 했어도 꾸준히 올라 중국인에게는 믿음직스러운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지금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도시들의 어지간한 사무실이나 아파트의 가격은 서울을 추월한 지 오래다.
지난 정권 말기 때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이 제5세대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심상찮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시장지표들을 종합해 볼 때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시각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에서 발표되는 부동산 관련 지표 중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인 ‘70개 주요 도시 부동산가격지수’가 7개월 연속 호전되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1월 18일 발표된 2012년 12월 70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한 지역은 54곳으로 11월보다 1곳이 더 늘었다. 반면 전월 대비 신규주택 가격이 하락한 지역은 8곳, 보합세를 나타낸 지역도 8곳에 그쳤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선 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주택 거래량이 늘어왔고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주택 투자액이나 거래량 지표 역시 이미 지난 하반기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접어들었다는 게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2012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하고 2013년에도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시그널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강도 높은 부동산 조정정책 카드를 써 내수 경기를 억누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가격 상승은 허용하되 상승폭이 장기에 걸쳐 나타나도록 하는 연착륙 정책을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도시화 정책을 원활히 펼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 걸림돌이다. 올해 들어 채소·곡물류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로 인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마저 상승하니 중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내수를 살리고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면서 국민의 부를 더욱 늘려가는 선순환을 노리자니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면 안 되겠고, 부동산 시장을 방관하자니 물가가 걱정인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의 반등이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중국도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에서 물가만 오르는 현상)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계획에도 한계가 있다. 중국인은 부를 쌓는다고 해도 이를 소비로 연결하기보다 저축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사회보장정책이나 미래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재테크 수단이 다양한 것도 아니다. 주식 시장은 2007년 10월 16일 고점 이후 현재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위험하고 실망스러운 재산증식 수단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