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경력사원 20% 55세이상서 채용
현장 후배에 경험-지식 생생 전달 “실버취업-신입육성 시너지 효과”
《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 이곳에는 현재 한국의 분당신도시와 맞먹는 1830만 m² 규모의 신도시를 짓는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5월 77억5000만 달러(약 9조 원)에 수주한 대규모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현재 한국 건설역군 400명이 파견돼 거친 모래바람에 맞서 터를 다지고 있다. 》
이들이 맡은 업무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주택 10만 채 건설공사를 앞두고 건설근로자 2만 명이 머물 베이스캠프를 짓고 기반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일.
눈에 띄는 것은 이들 가운데 1980년대 중동 건설현장을 누비며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5060세대 ‘건설 노장’들이 50명 이상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한화건설이 현지 파견 경력직 채용자의 20%를 중동 건설 경험이 있는 55세 이상 인력으로 뽑은 것이다. 현재 베이스캠프의 정수장, 발전기 등의 운영설비를 관리하고 있는 김정기 반장(57)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0년 삼환기업에 취직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에서 6년 이상 근무하며 20대를 꼬박 중동 현장에서 보냈다.
지난해 9월 쌍용건설에서 퇴직했지만 신문에 실린 한화건설 이라크 파견 채용공고를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올 1월 다시 중동 건설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건설자재 관련 개인사업을 하다 망하기도 하고 32년 넘게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봤다”며 “이런 경험이 한국 신도시 건설 수출 1호인 비스마야 사업에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조성진 반장(56)도 마찬가지.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불린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은퇴를 앞두고 지원해 올 5월 현지에 합류했다.
이들은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50, 60대는 아직 팔팔하게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그동안 쌓은 해외건설 노하우와 지식을 이라크 현장에 함께 나온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일하는 행복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7년에 걸쳐 진행되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단일 건축공사로 최대 규모로 꼽힌다. 주택공사가 진행될 내년부터는 100여 개 국내 자재업체와 하도급업체들이 동반 진출하고 한화건설 직원 500명과 협력업체 직원 1000명이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라크 현장의 실버인력 채용은 이런 협력업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근무 중인 400명 중 협력업체 직원은 120명. 이 가운데 전기공사 전문업체 조일ECS에서 파견된 박병권 소장(57)은 자재생산 공장의 전기공사를 이끌고 있다. 1978년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6년 넘게 해외건설 현장을 누빈 그는 조선업체에 몸담았다가 올 2월 재취업했다.
박 소장이 직접 뽑아 함께 파견 나온 한국 직원 13명 가운데 57세 은퇴자 동년배는 둘이나 된다. 그는 “내일모레가 환갑이지만 70세까지는 거뜬히 현장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며 “함께 일할 사람도 나이보다는 능력을 먼저 봤다”고 귀띔했다.
한화건설은 앞으로도 현장 파견 인력의 10% 이상을 중동 건설 경험이 있는 50대 이상으로 뽑을 계획이다. 이대우 한화건설 경영지원실장은 “해외건설 경험이 있지만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0세대 중장년층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며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이들이 신입사원 2, 3명을 맡아 집중 육성하는 방식을 도입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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