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에 나선 신한은행의 인사부 담당자들은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2만 명의 지원자 중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통과한 400명을 대상으로 12일부터 21일까지 최종 면접한 결과 탈락시키기 아까운 우수한 인재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 중에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새벽시간을 쪼개 투자상담사, 자산관리전문가(FP) 등 5개나 되는 금융자격증을 취득한 주부부터 다른 은행 청원경찰을 하며 은행원의 꿈을 키운 청년, 세무사 자격증 같은 화려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까지 돋보이는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은행 등 금융권 근무 경력자가 80%, 대졸자가 70%나 됐다. 나인섭 신한은행 인사부 부부장은 “당장 영업점에 투입해도 될 만한 지원자가 넘쳤다”며 “육아나 가사, 학업 등으로 직장생활을 중단한 인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서진원 행장의 ‘특별 지시’로 당초 계획했던 채용 인원(200명)보다 10% 많은 220명을 선발해 28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했다. 서 행장은 “금융권이 시간제 일자리 채용을 늘려가는 추세인데 선제적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 인원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은행권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인기가 뜨겁다. 특히 출산, 육아로 일을 그만둬야 했던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의 꿈을 안고 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번에 처음 진행한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채용 경쟁률은 100 대 1에 가까웠다. 이달 27일 서류접수를 마친 우리은행은 200명을 채용하는 데 3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해 8월 금융권 최초로 109명을 뽑은 기업은행도 240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2 대 1을 넘어섰다.
은행권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대부분 하루 4∼5시간 집 근처 영업점에 배치돼 창구 업무를 맡는다. 급여가 근로시간에 비례해 책정돼 종일 근무하는 일반 직원보다 낮고 승진 대상에서도 제외되지만 학자금 지원이나 복지 혜택 등의 복리후생 조건은 똑같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정년을 보장하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채용 후 첫 1년은 계약직 형태로 운영한 뒤 적성과 근무 실적 등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급여는 신한은행은 월 170만∼180만 원, 우리은행은 월 120만∼130만 원 수준이다. 나 부부장은 “시간제 근로자들은 가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고 은행은 고객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 창구 인력을 보강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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