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직원들은 2007년부터 매년 여름 휴가철에 강원 속초시 하도문쌈채마을, 충남 아산시 다라미자운영마을 등 농촌 마을 9곳으로 단체 휴가를 떠난다.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자녀에게 메뚜기를 잡거나 작물을 수확하는 이색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지역 농민들은 덩달아 신이 난다. 매년 100여 명의 한화생명 직원이 찾는 다라미자운영마을의 안복규 위원장은 “직원들이 특산품을 사 가면 그 돈을 모아 어르신들께 김장을 해드린다”며 “늘어난 관광객이 마을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분위기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관광객은 지역 경기를 살리는 힘이 있다. 경남 통영시는 2010년 지역 기업인 SLS조선(현 신아SB)이 워크아웃에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가 급속히 가라앉았다. 빈집이 늘고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았다. 이에 통영시가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통영을 찾아 케이블카를 타고 벽화마을을 둘러봤다. 통영시 ‘나포리 충무김밥’에서 일하는 천인숙 씨(57·여)는 “기울어가던 가게를 살린 건 국내 관광객”이라며 “통영 대표 음식인 충무김밥을 먹으러 우리 가게에만 하루 300명 이상이 온다”고 말했다. ○ 경제 살리는 관광 산업
관광을 통한 지역 경기의 부활은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광위원회는 ‘2016 경제협력개발기구 관광동향과 정책’ 보고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2014년에 사상 최고치인 1420만 명에 이를 만큼 한국 관광산업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2015년 한국 관광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5.1%다. 세계 평균인 9.8%에 한참 못 미친다. 그만큼 국내 관광 산업이 발전할 여지가 크다. WTTC 분석을 보면 관광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금융업의 1.5배, 화학제조업의 3배에 이른다. 관광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관광 산업은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열쇠”라며 “지금은 관광 산업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 국내 여행 좋다… 달라지는 인식
국내 여행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직장인 이유진 씨(26·여)는 지난해 7월 경남 남해군 일대로 휴가를 다녀왔다. 유명 한류스타인 배용준과 박수진이 신혼여행을 떠난 곳이라는 말에 태국 푸껫에서 행선지를 급히 바꿨다. 3박 4일간 남해군 상동면 독일마을에서 산책하고 해수욕장에서 스킨스쿠버를 즐겼다. 이 씨는 “굳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남해는 해양 레포츠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은 짧은 기간에 떠나기 쉽고 문제가 생겨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네 살배기 자녀와 제주도를 다녀온 주부 이모 씨(33·여)는 “여행 중 아이가 아팠지만 바로 소아과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해외였다면 치료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국내 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리아 둘레길’의 개발이다. 2018년 완공될 이 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의 ‘평화누리길’에 남해안과 서해안의 도보 코스를 연결해 만든다. 총 길이 4500km로 서울∼부산 거리의 10배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순례길(1500km)의 3배에 해당한다.
문체부는 국내 관광의 걸림돌로 지적된 숙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을 중심으로 중저가 숙박시설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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