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이전 경제팀의 확장적 정책 기조를 이어가며 ‘4대 개혁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전임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한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기존 정책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날 서면 답변을 통해 “우리 경제에 쌓여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장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활성화 법안 및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의 가시화가 지연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올해 종료되고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제약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1분기(1∼3월)에 8조 원 이상의 재정을 조기 집행해 내수를 부양하면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수출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3년간 실시된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선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며 3기 경제팀 역시 이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선 “현재 미분양 물량은 주택시장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줄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지난해 11월 미분양 물량(5만 채)이 장기 평균(1998년 1월∼2015년 11월) 미분양 물량(7만 채)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유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아직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3기 경제팀이 마주할 올해 최대 화두로 산업계의 사업 재편과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꼽았다. 하지만 ‘정권 실세’로 불리는 최 경제부총리마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유 후보자가 풀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파장이 클 뿐만 아니라 재계, 정치권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올해는 4월 총선도 있는데 관리형으로 평가받는 유 후보자가 과연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구조개혁이 실패하면 한국 경제는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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