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착공해 올 하반기(7∼12월) 가동 예정인 현대케미칼 공장은 서로 다른 업종의 업체가 손을 잡고 경제 불황을 돌파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각사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은 것이다.
동아일보사가 국내 30대 기업 전략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비 절감과 사업 구조조정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벌이겠다는 기업이 더 많았다는 결과는 다소 의외로 평가받는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기업들 사이에서 현대케미칼과 같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이어진다면 올해 한국경제가 생각만큼은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두 회사가 찾은 절묘한 ‘상생의 접점’
현대케미칼은 연간 기준으로 혼합자일렌(MX) 100만 t, 경질나프타 80만 t을 각각 생산해 현대코스모(현대오일뱅크 자회사)와 롯데케미칼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MX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하루 6만 배럴의 경유와 항공유로 부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최근 유가를 감안할 때 MX 및 경질나프타의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1조 원, 경유 및 항공유 수출증가액은 연간 1조5000억 원에 각각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과 중동 석유화학업체들이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를 늘리면서 주요 원료인 MX의 공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코스모와 롯데케미칼은 MX를 각각 연간 100만 t과 140만 t을 수입해왔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340만 t의 경질나프타 전량을 수입하거나 국내 다른 업체들로부터 사와야 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값싸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라는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두 기업이 협업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처럼 정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서석현 현대케미칼 생산기획팀장은 “기존에 수입하던 원료 물량만큼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는 데다 해상운송 운임을 들여 조달하던 MX를 국내에서 생산하니 물류비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 불황 극복 위해 오히려 투자 나선 기업들
㈜효성은 20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저장(浙江) 성 취저우(衢州) 시에 산업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 생산공장(연산 2500t)을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짓는다고 11일 발표했다. 또 1000억 원을 들여 증설 작업 중인 울산 남구 용연 3공장은 3월까지 증설을 마무리 짓고 곧바로 상업생산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효성은 이번 한국공장 증설과 중국공장 신설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간 한국 및 중국에 6000억 원을 투자해 국내외 전체 생산량을 1만 t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는 외형 성장만큼이나 연구개발(R&D)에 매진하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4일 신년사에서 “가장 먼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승진한 임원 10명 중 4명도 R&D 인력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2018년까지 13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
포스코도 어려운 경영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월드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내세웠다.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 제품 비율을 40%에서 2020년 6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자동차 및 전력저장장치에 사용하는 중대형 2차 전지에 회사의 명운을 건 LG화학은 R&D 투자액을 지난해 6000억 원에서 2018년 9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R&D 인력도 3100명에서 41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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