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목재로… 미래 연료 ‘바이오부탄올’ 상용화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2016 연중기획/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R&D 현장을 가다]<5> GS칼텍스 대전 기술연구소

GS칼텍스 대전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바이오부탄올 추출을 위한 기구들을 점검하고 있다. GS칼텍스가 개발한 바이오부탄올은 식용원료가 아닌 버려지는 폐목재 등에서 추출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GS칼텍스 제공
연구소 한쪽에 쌓여 있던 잘게 잘린 나무에서 추출한 액체가 자동차에 들어갔다. 휘발유가 어느 정도 들어 있던 차에 주입된 액체는 바이오부탄올. 작동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잠시, ‘부르릉’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리고 출발하는 자동차의 움직임에 어색함은 없었다. 엔진 토크, 출력, 연료소비효율(연비)등도 휘발유 100%를 넣었을 때와 다름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신 탄성을 자아내는 사람은 외부인 뿐. 시연을 마친 GS칼텍스 대전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제자리로 돌아가 컴퓨터 화면을 살피며 실험 결과를 분석하기 바빴다. 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에는 GS칼텍스의 미래 성장동력 찾기를 위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개발 위한 고군분투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가 변동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GS칼텍스의 선택은 바이오부탄올 개발이었다. 바이오부탄올은 휘발유, 디젤 등 석유계 수송연료를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상용화된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휘발유와 혼합해 사용할 때 연비 손실이 적다. 물에 대한 용해도 및 부식성도 낮아 특수 차량이나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다.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기후환경 변화 등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미국에서는 10여 %, 브라질에서는 25%까지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에 섞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산성만 뒷받침되면 바이오에탄올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바이오부탄올의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부탄올 생산을 위한 원료로 옥수수와 같은 식용원료를 사용하면 경제성이 떨어졌다. 기술적인 한계로 품질 저하 현상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악조건 속에서도 GS칼텍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1998년 전남 여수에 있던 기술연구소를 대전 유성구로 옮기면서 연구소의 주된 역할도 바이오부탄올 등 바이오케미컬, 복합소재 관련 R&D로 바꿨다. 승도영 GS칼텍스 기술연구소장은 “기업 입장에서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GS칼텍스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한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회사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준 덕분에 올해 500억 원을 투자해 여수에 시범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 등 바이오부탄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세상에 하나뿐인 GS칼텍스만의 바이오부탄올

GS칼텍스가 개발한 바이오부탄올은 특별하다. 기존 바이오부탄올이 옥수수나 카사바와 같은 식용원료를 통해서만 생산되는 것에 비해 GS칼텍스 제품은 폐목재를 이용한다. 버려진 나무에서 연료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성능도 우수하다. 연구소 실험 결과 휘발유 혼합비율을 최대 26%까지 올려도 자동차가 연비 또는 동력 손실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제품 차별화의 핵심은 균주 개발. 버려지는 목재 등 저가 원료에서 뽑아낸 혼합당(C5+C6당)을 발효시킬 수 있는 균주를 유전자 조작으로 개발한 것이다. 기존 균주들은 식용원료에서 생산 가능한 C6당만을 발효시켰다. 목질계에서 나오는 C5당도 발효시킬 수 있는 새로운 균주를 개발하자 생산성은 늘고 비용은 낮아졌다. 당 1kg을 발효시켰을 때 나오는 부탄올 양은 168g에서 264g으로 57.1% 늘었다. 고가 식용원료가 아닌 저가 목질계 원료로부터 생산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을 뿐 아니라 에너지를 재생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요소도 높였다. 2007년 이후 8년여에 걸친 R&D 끝에 바이오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발효-흡착-분리정제’ 통합공정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GS칼텍스는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상업화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준양산 단계인 데모 플랜트는 올해 상반기(1∼6월) 착공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현재 진행 중인 데모 플랜트를 실증한 뒤 유가 추이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가가 높아져 바이오부탄올의 경제성이 입증되면 플랜트 수출, 기술 라이선스 판매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바이오부탄올 생산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대전=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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