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201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신입 직원 130명을 뽑을 계획이다. 행복주택, 뉴스테이, 저소득층 주거급여 조사 등 LH가 추진하는 각종 주거안정 사업 역시 올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사업비를 연초 계획보다 5600억 원 늘렸고, 토지보상을 할 때 현금 비중을 높여 내수경기 부양에 톡톡히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해외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전철사업, 인도 스마트시티사업, 미얀마 경제 협력 산업단지 조성 등 해외 진출 방안을 추진 중이다.
○ 부채 줄여 투자 확대
LH가 국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2년 만에 14조 원의 금융부채를 줄이는 등 경영사정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2009년 출범한 LH 이름 앞에는 줄곧 ‘부채 공룡’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었다. 한때 금융부채가 105조7000억 원에 이르는 탓에 하루 이자만 100억 원을 내야 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본격적인 ‘부채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LH는 민간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재고 자산 처리를 위해 판매목표관리제를 도입하면서 이를 성과보상 체계와 연계한 것도 주효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최근 글로벌 물류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 사장단회의와 물류분과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 등 대륙철도 연계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레일의 광폭 행보 배경에는 내부 혁신의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익관리시스템(YMS)을 고도화했다. 또 KTX의 인천공항 직결운행, 5대 관광벨트 열차 운행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적극 나섰다. 그 결과 2014년 공사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흑자(1034억 원)를 달성했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14년 말 411%에서 지난해 6월 말 현재 344%까지 낮아졌다.
4대강 사업 시행에 따른 적자로 대표적인 부채 공기업이었던 한국수자원공사도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13년 말 14조 원(부채비율 120.6%)에 이르던 부채를 1년 사이에 5000억 원가량 감축했다. 노사 한마음 경영파트너십 선언과 비상경영추진단 운영 등을 통해 내부 혁신에 주력한 결과였다. 그 과정에서 최계운 사장 이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는 등 고통 분담도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미래 먹거리 찾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대구 경북에서 열린 ‘세계 7차 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아시아 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최근에는 라오스 ‘블루골드’(수자원의 높은 가치를 금에 빗댄 말) 인프라 시장에 진출했다.
○ “혁신만이 유일한 살길”
LH나 코레일이 부실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내부 혁신이 큰 역할을 했다. 이재영 LH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저성장이 일상화된 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공기관들에서는 ‘소통’을 통해 내부 반발을 잘 극복했다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일례로 한국조폐공사는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줄이기 위해 노사 현안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노사가 65차례나 자리를 함께했다. 이런 신뢰관계가 있었기에 2013년 344만6000원에 이르던 1인당 복리후생비를 불과 1년 만인 2014년에 176만5000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공기업들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고, 상급단체와 연계로 교섭이 결렬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의 토론회 및 노사 면담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 개혁의지 약하면 언제든 좌초
지금까지 공공기관들이 내부 혁신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혁신은 좌초될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이 2010년부터 간부직 성과연봉제 도입, 기능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민간기업의 70∼80%에 머물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고 재무상황이 악화되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시장에 의해 자연스레 기업의 생멸이 결정되는 것. 반면 공공기관들은 부채비율이 500%, 600%대에 이르더라도 망하지 않는다. 국민의 혈세로 부실을 메우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부단장을 맡았던 박순애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전히 공공기관들의 혁신 노력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공공기관의 내부 혁신과 함께 민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과감히 시장에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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