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의 명품 전복, 가공식품-화장품으로 영역 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6>세계로 수출되는 완도 전복

전남 완도군 금일읍 양식장에서 인부들이 전복을 수확하고 있다. 청정 바다에서 생산되는 미역,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은 맛도 좋고 아미노산, 타우린 등 영양분도 풍부해 미래의 지구촌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완도군 제공
전남 완도군 금일읍 양식장에서 인부들이 전복을 수확하고 있다. 청정 바다에서 생산되는 미역,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은 맛도 좋고 아미노산, 타우린 등 영양분도 풍부해 미래의 지구촌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완도군 제공
  ‘패류의 황제’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는 전복은 영양 면에서 완전식품에 가깝다. 필수 아미노산 8가지를 포함해 20여 종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특히 타우린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심장질환을 예방한다. 콜라겐 함량이 많아 면역 기능을 높이고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 지방 함량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영양 보충과 원기 회복에 최고다. 중국에서 전복이 상어 지느러미, 해삼과 함께 ‘바다의 삼보(三寶)’로 꼽히는 이유다.

○ 청정바다에서 나는 최고 웰빙식품

 전남 완도는 전국 전복 생산량의 81%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다. 전복 양식장 면적은 3161ha로 여의도 면적의 11배다. 4000여 어가에서 연간 7400t을 생산해 400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구상에 100여 종의 전복류가 있지만 완도산은 그중에서도 맛과 영양이 가장 뛰어나다. 전복의 먹이인 다시마, 미역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해안선마다 갯벌이 있어 바다 정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견 사단법인 한국전복산업연합회 본부장(61)은 “청정 바다에서 생산되는 미역,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은 바다의 황제로서 맛도 좋고 영양 면에서도 칼슘, 철분, 아미노산, 타우린 등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완도 전복의 명성은 바로 친환경 양식법 덕분이다. 1990년대 후반 값싼 복합사료를 들여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양식 어가들은 자연산 미역과 다시마만으로 전복을 키웠다. 사료를 썼다면 당장은 이익이 났을지 모르지만 친환경 양식을 고집한 덕분에 소비자들은 완도산 전복을 꾸준히 찾았고 이제는 최고의 웰빙식품이란 명성까지 얻었다.

 20일 완도군 완도읍 완도농공단지 내 대가수산유통. 전복 도·소매를 하는 이곳은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란 전복을 가져다가 하루 정도 육상 양식장 적응 과정을 거친 뒤 출하하고 있다. 이를 순치(馴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수질 관리다. 수질 관리를 잘못하면 질병이 번져 전복이 집단 폐사할 수 있다.

 해상 양식장과 바다를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끌어온 바닷물은 압력여과기를 통해 공급된다. 여과기는 크기가 다른 자갈을 3겹으로 쌓아 바닷물의 갯벌과 적조생물 등 이물질을 걸러내는 일종의 정수기 역할을 한다. 액화산소를 주입하고 냉각수도 공급해 수온을 15∼18도로 유지해 준다. 고수온에 따른 질병 예방을 위해 수조의 물을 하루에 1, 2회 교체한다.

 이용철 대표(57)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전복을 출하하기 때문에 콜레라나 비브리오패혈증에 감염될 위험이 없다”며 “지난여름 콜레라 여파로 전복 소비까지 줄었는데 전복이 패류 중 가장 안전하고 고단백의 천연식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바다에서 육지로 양식 패턴 변화

 완도산 전복은 세계 최대 수산물 시장인 중국 수출 길에도 올랐다.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472t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1200t을 보낼 계획이다.

 완도군과 한국전복산업연합회는 그동안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해외마케팅 사업을 적극 펼쳐 왔다. 지난해 8월에는 홍콩 기업과 전복통조림 30만 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11월에는 중국 기업과 전복소스 30만 달러 수출계약을 맺었다. 올해 1월에는 완도산 전복통조림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에 수출됐다.

 육지에서 전복을 생산하는 양식장이 늘면서 양식 패턴도 바뀌고 있다. 해상양식장이 밀집해 바다가 오염되고 전복 폐사율이 높아지자 육지가 새로운 양식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완도군 군외면에서 육상수조식 전복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규 아쿠아뱅크 사장(55)은 “육상의 양식장에서 광어를 14년 키우다 2012년 전복 양식장으로 바꿨다”며 “인근에도 넙치를 기르다 전복으로 바꾼 곳이 10여 곳 있다”고 말했다.

 완도군은 내만(內灣) 오염, 집단 폐사 등 해상전복양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육상 양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완도군에 따르면 2009년에 비해 전복양식장 시설은 두 배로 늘었지만 생산량은 19% 증가에 그쳤다. 완도군은 내만에 양식장 시설이 너무 많아져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예상하고 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고 태풍 등 재해도 예방하기 위해 육상 양식을 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전복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전복산업발전위원회 출범도 전복 양식 경쟁력 강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전복 관련 업계 종사자와 해양수산부, 전남도, 완도군, 연구기관 등 각계 대표 29명으로 이뤄진 위원회는 6개 분과로 나눠 전문적인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종자분과와 양식분과는 건강한 종자 생산과 고품질 전복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유통, 가공, 수출, 연구분과는 현안 사항을 파악해 해결 방안을 내놓는다. 위원회는 민·관·산·학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한국 전복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복은 빵, 통조림 등 가공식품과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는 등 무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완도에서 가장 인기 높은 먹거리는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장보고빵’이다. 완도읍 장보고대로 변에 있는 프라임로스터스라는 카페에서 올해 1월 처음 출시했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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