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간의 기록]110분 오찬 회동… 예정보다 길어져
문재인 “지혜 빌려달라” 반기문 “기꺼이 응답”
사드 장시간 논의… 내용은 비공개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외교 문제는 걱정”이라며 “새 정부 외교 정책 수립과 외교 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이 만난 것은 2011년 12월 이후 5년 반 만에 처음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외교 시험대에 오른 문 대통령이 한때 대선 ‘라이벌’이었던 반 전 총장에게 손을 내민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반 전 총장과 1시간 50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당초 70분으로 예정된 회동은 사드를 비롯한 한미 외교 현안 전반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면서 40분가량 더 길어졌다.
문 대통령이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반 전 총장은 “언제든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새 정부에 대해 미국의 조야에서도 높은 평가와 기대를 함께 하고 있다”며 “외교는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찬성한 반 전 총장이 ‘사드 보고 누락’ 논란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균형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또 북핵 문제에 대해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에 원칙적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핵에 관한 한미 간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2011년 12월 봉하마을을 찾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반 전 총장은 대통령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한때 두 사람은 날 선 비판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고 한다. 현재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은 4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