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한국형 혁신기업 키우자]
땅 짚고 헤엄치기식 대출 관행… 작년 대출 71%에 담보-보증 요구
정부 “기술금융 늘리고 요건 완화”
친환경 비료를 생산하는 포이엔은 지난해 회사가 성장하면서 공장 이전을 준비했다. 시중은행에 대출을 알아보니 모두 “담보를 갖고 오라”고 요구했다. 담보로 잡힐 땅이나 설비가 부족했던 포이엔은 결국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이전을 포기했다. 그 대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1억 원을 대출받아 설비를 확장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담보와 보증에만 의존해 돈을 빌려주는 은행권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대출 관행으로 인해 많은 창업·벤처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수혈이 원활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담보 및 보증부 대출 비중은 71%나 됐다. 이 비중은 2015년 66.7%에서 매년 증가했다. 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했을 때 담보를 매각하거나 보증을 선 공공기관이 대신 갚아줘 대출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곳에만 돈을 빌려줬다는 의미다.
동산(動産) 담보대출도 지지부진하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취급한 담보대출 중 매출채권, 기계설비, 지식재산권 등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액은 2015년 1479억 원에서 지난해 816억 원으로 45%나 감소했다. 2012년 ‘동산 채권 등 담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은행이 담보 가치를 평가하거나 관리하는 것을 기피하면서 오히려 대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창업·벤처기업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는 기술금융과 동산 담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기업여신 심사를 할 때 신용과 기술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도록 ‘통합여신모형 가이드라인’을 올해 마련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은행별 통합여신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술금융 공급 규모를 지난해 80조 원에서 내년에 130조 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제품과 매출채권 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동산 담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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