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2년여가 흐른 2014년 10월, 회사 통장 잔액이 딱 1000만 원 남았어요. 직원이 30명이 넘었고 한 달에 나가는 급여 비용만 1억 원인데 눈앞이 캄캄했죠.”
2008년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2012년 분사한 오토앤은 차량 용품 유통 기업이다. 기아자동차를 다니다 벤처기업 창업자로 변신한 최찬욱 대표(46)와 이상용 상무(47), 현대차 출신 이재엽 전무(45) 등 현대·기아차 출신 삼총사는 2012년 회사를 세울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가족들은 ‘왜 그 좋은 회사를 관두냐’며 창업을 말렸지만 이들은 창업 후 1, 2년이면 성공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것. 통장 잔액이 바닥날 뻔했던 4년 전 그때,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50억 원의 투자를 받고 나서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막상 회사를 나와 보니 날마다 피 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이 사업 밑천이 된 덕인지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16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4년 193억 원, 지난해 401억 원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오토앤이 2008년 사내 벤처에 지원할 때 구상한 아이디어는 각종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고 정비와 세차까지 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세우는 것이었다. 미국 오토존(Autozone)이나 일본 오토박스(Autobacs) 같은 차량 용품 복합매장이 모델이었다. 오토앤 창업자들은 국내에서도 차량 애프터마켓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했고, 이 시장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도 목표는 같지만 사업 모델은 바뀌었다. 10년 새 온라인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지금까지 차량 용품 유통을 핵심 사업으로 삼은 오토앤은 앞으론 용품 유통에 더해 정비센터, 세차업체 등을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차량 용품을 구매해 차량에 장착하고 차량을 닦고 정비하는 모든 작업이 오토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 모델은 10월에 완성된다. 현재 확보한 상품 종류가 2만 개를 넘고 제휴를 맺은 서비스 업체가 1만 개 이상이다. ‘디테일링’ ‘카카오(cacao)’ 등 차량 용품 자체 브랜드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직접 상품 판매와 중간 유통, 온라인 플랫폼까지 갖춘 ‘차량 애프터마켓의 아마존’이 되는 게 오토앤 창업자들의 비전이다.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벤처기업이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현대차그룹에서 판로 개척 등 많은 도움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상무는 “분사하는 순간 무한 경쟁이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자동차에 부착되는 액세서리 하나 납품하는 데도 예외 없이 입찰을 거쳐야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사내 벤처로 시작해 분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별다른 특혜가 없는 걸 알게 된 후 분사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도 현대차그룹 태생이어서 뭔가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 이 전무는 “현대차그룹에 있으면서 상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라며 웃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오토앤을 각종 용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피는 창구로 이용하는 것도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전자담배 충전 거치대처럼 새로운 용품 판매가 늘어나면 자동차 회사에서는 신차에 기본으로 장착할 수도 있다. 오토앤 같은 유통 업체의 매출 규모도 커지게 된다.
오토앤 창업자들은 ‘현대·기아차에서 받던 월급보다 많이 버느냐’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분사 초기에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됐고 지금도 기존 회사에 있었으면 받았을 월급에는 못 미친단다. 하지만 오토앤 삼총사는 한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어가고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라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