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마음 알아주는 車… 고마워요 왈왈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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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푸들이 타 본 기아차 레이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세 살 난 푸들 ‘레미’입니다. 제 주인은 저와 함께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는 걸 즐깁니다. 하지만 저는 자동차를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자동차가 무섭기도 하고 때때로 위험하기도 하거든요. 겁이 많은 저를 주인은 항상 안고 운전을 합니다. 저를 조수석에 태우면 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고 급정지를 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연한 불법이고 매우 위험한 행동이죠. 뒷좌석에 저를 홀로 두지도 않습니다. 제가 주인과 떨어져 있는 걸 무서워하거든요. 차에서는 대소변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차타는 걸 꺼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8일 주인이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자고 저를 꼬드겼습니다. 무슨 꿍꿍인지 반신반의한 것도 잠시, 주차장에는 빨간색 기아차 ‘레이’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차 문이 열렸습니다. “Oh, my god” 아랫집 불도그가 그토록 자랑하던 기아차의 반려동물 전용 용품 ‘튜온펫’이 장착돼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주인을 겨냥한 튜온펫은 반려동물 전용 카시트와 시트커버, 카펜스로 구성돼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반려견이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반려동물 자동차 용품인 ‘튜온펫’ 카시트에 앉아 있다. 카시트에 달린 안전띠를 이용해 차량 
좌석에 고정시킬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닛산자동차의 콘셉트 카 ‘로그도그’ 트렁크에서 반려견이 차량 밖으로 내려오고 있다. 로그도그 
트렁크에는 반려동물들이 차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슬라이드 계단이 구비돼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닛산자동차 제공
왼쪽 사진은 반려견이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반려동물 자동차 용품인 ‘튜온펫’ 카시트에 앉아 있다. 카시트에 달린 안전띠를 이용해 차량 좌석에 고정시킬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닛산자동차의 콘셉트 카 ‘로그도그’ 트렁크에서 반려견이 차량 밖으로 내려오고 있다. 로그도그 트렁크에는 반려동물들이 차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슬라이드 계단이 구비돼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닛산자동차 제공
차량 뒷좌석엔 푹신한 방석이 깔려있는 카시트가 장착돼 있었습니다. 카시트 크기는 길이 50cm, 너비 41cm, 높이 41cm인데, 안전벨트가 달려 있어서 카시트를 고정시킬 수 있답니다. 사실 반려동물에 목줄을 달아 좌석에 고정시키는 주인들도 있다고 하는데, 자칫 반려동물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 위험합니다. 카시트에는 덮개도 있어서 카시트 안에 있던 제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주인은 “카시트 고정 장치인 아이소픽스(Isofix)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안전벨트가 있어 레미를 뒤에 앉혀도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더군요. 카시트 안에 있는 방석도 집에서 쓰던 것처럼 푹신했습니다. 여기까진 일단 ‘그뤠잇’.

사실 주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차에서 반려동물이 대소변을 보는 경우입니다. 튜온펫에는 폴리우레탄(PU)재질로 만든 방오시트커버도 있습니다. 가로 120cm 세로 145cm로 뒷좌석 전체에 깔 수 있는 크기인데, 레이에 최적화된 제품이지만 전 차종 공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가끔 소변이 흡수가 안 되면 차 바닥에 흐를 수가 있는데, 바닥을 보호해주는 시트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쉽네요. 얼마 전 옆 동네 그레이하운드 오빠가 뒷좌석에 있다가 갑자기 운전석 쪽으로 넘어와서 큰 사고가 날 뻔했대요. 평소 멋 낸다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에서 창밖 구경을 하더니 큰일 날 뻔했죠. 튜온펫에는 운전석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카펜스도 있습니다.

주인은 “의외로 잘 앉아 있네? 난리 부릴 줄 알았는데”라며 모처럼 드라이브를 즐기는 저를 향해 웃네요. 장거리 운전할 때가 걱정이라더니 마음 편안하게 운전을 할 수 있어서 좋은가 봅니다. “밥과 물을 줄 수 있는 용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운전 중에 반려견이 잘 있나 뒤로 고개를 돌리곤 해서 위험했는데 뒷좌석을 볼 수 있는 거울이나 카메라가 장착되면 더 좋겠다”라고도 하더군요.

이미 수입차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반려동물 전용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어요. 옆집 사는 시베리안허스키 언니는 혼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HR-V를 타는데요. 여기엔 ‘매직시트’라는 것이 있어요. 뒷좌석의 착좌면, 그러니까 사람 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직각으로 세울 수가 있어요. 착좌면이 없어지니 뒷좌석이 더 넓어지고 차 바닥에서 천장까지 공간도 확보되는 거죠. 혼다의 이런 발상은 반려견을 시트 위에 앉히기보다 진동 등이 덜한 시트 바닥에 앉히는 것이 더 좋다는 전문가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해요. 볼보자동차는 반려동물 전용 ‘도그 게이트’를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 트렁크 크기에 맞는 케이지를 만들어 파는 건데요, 케이지를 2개 공간으로 나눌 수도 있답니다.

사실 저에게도 ‘드림카’가 있습니다. 2017년 닛산 자동차가 미국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인 닛산 ‘로그도그’라는 차예요. 반려견을 위한 콘셉트 카인데 모든 반려동물들이 반할 만한 시설을 다 갖췄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려동물 전용 밥상입니다. 트렁크에 밥과 물그릇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도록 해놨어요. 밥상이 고정돼 있어서 쏟아질 염려도 없어요. SUV에 혼자 오르기 힘든 반려동물을 위해 전용 슬라이드(자동차와 지면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계단)도 있습니다. 밖에서 놀다보면 흙이 묻을 수도 있잖아요? 차에 오르기 전에 샤워 뿐 아니라 털을 말릴 수 있는 드라이기도 있답니다. 목줄이 아닌 반려동물 몸을 감싸주는 전용 안전벨트도 있고요. 편안한 카시트는 기본, 난방도 되고 청소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시트를 만들었습니다. 반려동물용 구급상자도 배치돼 있습니다. 반려동물용 자동차 호텔인 셈입니다. 닛산자동차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반려동물 소유자 75% 정도가 차를 살 때 반려동물 편의 사항 유무를 고려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 기사는 강아지 레미와 그 주인의 시승기를 레미의 시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팻#애완견#반려견#기아#튜온펫#카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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