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강당. 사상 최악의 농협 금융전산사고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날 ‘2011년 농협 준법감시 담당자 교육’은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시작됐다. 준법감시 담당자는 임직원이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는 회사 내부 직원으로, 이날 약 200명이 참석했다.
발표자가 자기반성에 이어 준법감시 담당자에게만 공개한 각종 ‘내부사고’ 통계는 농협이 금융전산사고가 터지기 전부터 각종 사고의 ‘지뢰밭’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준법감시 담당자들에 따르면 신용, 농업경제, 축산경제 등 농협 3개 사업 부문 전체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금액은 지난해 2900억 원으로 2009년 1770억 원보다 64%나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사고가 급증했던 2008년의 2630억 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사고금액은 농협 내부 직원뿐 아니라 고객이 초래한 손실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사고를 수습하더라도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금액은 2009년 750억 원에서 지난해 1554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신용사업 부문에서 △농협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해 부정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부실대출’ 등 금융사고도 2009년 15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늘었다. 금융 부문에서만 한 달에 두 번꼴로 금융사고가 터진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금액도 같은 기간 14억 원에서 11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사고가 빈발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농협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금액은 1조5149억 원으로 우리은행(1조9964억 원)에 이어 은행권 2위다. 시중은행의 한 준법감시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의 연간 금융사고 건수는 많아야 5, 6건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금융사고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농협에서 금융사고가 치솟는 것을 보면 내부 통제에 큰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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