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
<1>삼성전자와 함께 웃은 평택 경제
삼성-평택주민 소통협의회 운영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고속열차 SRT를 타면 불과 20분 만에 경기 평택시 지제역 플랫폼에 도착한다. 대합실로 올라오면 전면 통유리 너머로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올해 1월 착공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기 공사 현장이다. 4일 이곳에서 만난 장창기 삼성전자 부장은 “2기 공사현장의 하루 출입 인원만 1만2500명”이라며 “공사가 진행될수록 투입 인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옆 1기(P1) 라인은 지난해 4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1기 라인의 메인 건축물인 생산동(팹)은 가로 길이만 520m에 높이는 80m가 넘는 위용을 뽐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눕혀놓은 크기다. 2층으로 구성된 이 거대한 팹에선 24시간 쉬지 않고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용 기기에 필요한 최신 메모리 반도체를 찍어낸다.
○ 1라인 기준 직간접 경제유발효과 163조 원
지난해 상반기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기 라인에는 총 30조 원이 투자됐다. 비슷한 금액이 투자되는 2기 라인은 이르면 2020년 상반기에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양산 개시 일정은 반도체 시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총 4기 라인까지 건설할 수 있는 부지 면적은 289만 m²(약 87만5000평)로 축구장 약 400개 넓이다. 돈육농장용 부지였던 땅이 이제는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화성공장을 합한 면적(약 91만 평)과 맞먹는 반도체 생산 부지로 변신했다.
직간접 경제유발효과가 163조 원(1라인 기준)에 이르는 공장 덕에 평택시 경제지표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평택시의 지난해 전체 세수는 약 4600억 원인데, 삼성전자가 평택시에 올해 납부할 총 지방세 규모는 약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한 곳이 도시 전체 세수를 약 10% 끌어올린 것이다.
지역 소비 활성화 효과는 더 크다. 평택캠퍼스의 1, 2기 라인 하루 출입인원은 2만200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인원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에는 평택시의 쌀 브랜드 ‘슈퍼오닝’이 하루 900kg 씩, 1년에 약 320t 공급된다. 배선철 평택시 전략산단지원팀장은 “이들이 평택 시내에서 먹고 자고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는 돈은 한 달에 약 500억 원으로 관내 전체 소비의 20%에 이르는 규모”라고 말했다.
○ 활기 넘치는 도시… 협력사-투자 줄이어 평택시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자리 잡은 고덕산단을 포함해 이미 조성 완료된 산업단지가 14곳, 조성을 추진 중인 단지가 6곳에 이른다. 전국적인 산업단지 과잉 공급으로 미분양을 걱정하는 지역들이 적지 않지만 평택은 다르다. 지난해 말 준공된 진위2산업단지는 올해 6월 분양이 완료됐고, 현재 조성 중인 진위3산단 역시 분양 시작 1년여 만에 70% 넘게 팔려 나갔다. 삼성전자를 따라 본사를 옮기려는 협력업체가 많아지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진 덕분이다. 협력사들의 이전 행렬은 2기 라인이 완공되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도시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활기가 평택 곳곳에서 체감된다. 올 6월 개통한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의 고덕나들목(IC)은 당초 준공예정일보다 5개월이나 일정을 앞당겼다. 평택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물동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해 공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현지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유입인구가 늘면서 평당 1000만 원이 넘는 아파트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경기도 데워졌다”고 말했다.
인구 증가도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43만 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48만 명을 넘어섰다. 내년 상반기 중 5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자체 설문조사 결과 고덕신도시가 완공되면 임직원의 45%가 평택에서 거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협력사 상주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로 인한 인구 증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황태호 taeho@donga.com / 배석준 기자
▼ 삼성-평택주민 소통협의회 운영
매달 한차례씩 머리 맞대… 공사장 먼지 등 갈등 해소 ▼
평택 시민들도 삼성전자로 인한 도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무작정 반겼던 건 아니다. 조용하던 길이 갑자기 차들로 정체를 빚고,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일부 지역건설사 단체는 “안전관리 기준을 완화해서라도 평택 지역의 장비와 인력, 자재만 이용하라”고 요구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형 공사장이 들어설 때마다 벌어지는 지역민과의 충돌을 삼성전자는 대화와 소통의 접점을 넓히면서 풀어갔다. 올 8월부터 지역 주민과 회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소통협의회를 구성해 매달 세 번째 월요일 회의를 열었다. 협의회에 지역위원 대표로 참여하는 안산호 고덕면 해창5리 이장은 “단순한 보여주기 식 요식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실제는 달랐다”며 “협의체를 통해 많은 대안이 나오고 많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행됐다”고 했다.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살수차 지원이나 지역 농산물 우선 구매 등이 이 협의체에서 결정된 대표 사례다.
회사의 사회공헌과 임직원들의 기부·봉사 활동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평택캠퍼스 임직원의 94.1%가 연평균 15시간 지역 봉사활동을 한다. 또 92.2%는 지역 사회를 위한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지역 노인들의 건강한 생활을 돕기 위해 삼성전자와 평택대 구성원 등이 함께 만든 ‘해피콜 연합봉사팀’은 2016년부터 매월 넷째 주에 노인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어르신이 대상이다. 삼성전자가 자재와 비용을 지원한 카페 ‘휴’는 지금까지 3개 매장에서 20명의 지역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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