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식품공장들 집결한 진천, 불경기 모르는 ‘强小마을’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5일 03시 00분


[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10>진천 경제 살린 CJ제일제당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 있는 CJ제일제당의 육가공공장과 두부공장. 인근 음성군의 김치공장까지 합쳐 ‘진천공장’이라고 부른다. CJ제일제당은 2000년대 중반부터 진천에 투자해 현재 약 1000명이 진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곳에서 13km 떨어진 진천읍에 진천공장보다 6.7배 규모가 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광혜원리 화랑5길. 거리에는 중식당과 고기구이집 등의 음식점과 크고 작은 카페가 즐비하다.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입시학원도 곳곳에 눈에 띈다. 주민들은 이 길을 ‘가로수길’이라고 부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가로수길에 빗대 그만큼 번화하다는 의미를 담은 별칭이다. 화랑5길 주변은 아파트 단지들이 둘러싸고 있다. 진천군은 지난해 기준 인구 8만 명이 채 안 되는 곳이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편이다. 15일 현지에서 만난 지역주민인 임모 씨(45)는 “요즘 진천에선 우스갯소리로 60세가 넘어도 임시직은 안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고 들려줬다.

○ 공장이 공장을 부른 선순환

기업들은 내륙 물류 거점으로서 진천군을 눈여겨보고 잇달아 투자를 하고 있다. 이날 찾은 CJ제일제당의 육가공 공장(2008년 완공)은 공장 입구부터 화물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들로 분주했다. CJ제일제당은 2006년 300억 원을 투자해 두부 공장을 지었고, 같은 해에 인근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하선정종합식품의 김치 공장도 인수했다.

2008년을 기준으로 두부와 육가공, 김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370명 수준(협력업체 포함)이었지만 2018년에는 990명으로 늘었다. 최근 2년 동안 120명을 채용했다. 세 공장을 합한 면적은 약 4만9000m²다. 하재천 CJ제일제당 진천공장(두부·김치·육가공 공장) 상무는 “3년 전에 전북 남원에서 공장장을 했는데, 거긴 인구 순유출만 있었다”면서 “진천은 아파트를 내놓으면 한 달 안에 팔릴 정도로 경기가 좋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진천공장 등 기업들이 공장을 계속 만들면서 진천 인구는 확연히 늘고 있다. 2009년 6만1456명이던 진천의 인구가 지난해 7만8218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만 명 문턱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은아 CJ제일제당 과장(37·여)은 서울이 고향이지만 진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공장에서 남편감을 만나 정착했기 때문이다. 구 과장은 “서울과 비교하긴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생활환경이 만족스럽다”며 “인근 도시보다는 여건이 좋아 계속 진천에서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진천공장이 생기면서 협력업체들 역시 진천 인근으로 모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부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인 맑은식품이다. 전남 화순군에서 시작한 맑은식품은 진천 인근의 음성군에 2006년 공장을 건립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의 협력업체가 되면서 2012년 추가로 공장을 지었다. 생산 물량의 85% 정도가 CJ제일제당의 주문량이다. 2007년에는 CJ제일제당 기술팀의 도움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통과하기도 했다. 김응주 맑은식품 이사(43)는 “당시엔 해썹 인증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CJ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맑은식품은 매월 CJ제일제당으로부터 기술과 품질 관리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의 진천공장 협력업체는 맑은식품을 포함해 19곳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은 영세한 협력업체들의 안전관리도 돕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두부 제조업체인 에스엔푸드는 지난해 극심한 무더위로 공장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 화재 위험이 높아졌을 때 CJ제일제당 소속 화재 전문 인력의 도움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설비를 고칠 수 있었다.

○ 1조 원 들인 식품통합생산기지에 ‘기대’

CJ제일제당은 현재 자사의 식품통합생산기지를 진천에 짓고 있다. 진천읍내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진천읍 송두리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방문 당시 외관은 상당 부분 갖춰진 상태로 내부 설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CJ제일제당은 축구장 46개 규모(약 10만 평·33만 m²)의 이 공장 건립에 202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비비고, 햇반, 고메 등과 같은 브랜드의 식품공장을 모두 이곳에 모으는 것이다.

최종 완공은 2025년이지만 올 상반기(1∼6월)에 일부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차 공사를 진행하면서 하루 평균 1800여 명의 공사 인력을 투입했고, 올해 들어서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진천 등 충북 지역 인력과 중장비 업체 등이 공사에 다수 참여하면서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공장에서 일할 인력 400명을 지난해 채용했다. 충청 지역 인재를 우대하는 방식이었다. 통합생산기지가 문을 열기 전이지만 이들은 현재 품질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고용 훈풍’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올해도 400명을 채용할 예정이고, 2020년엔 총 1200명 정도의 인력으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대형 투자가 고용 창출과 세금 납부 등으로 이어져 진천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천=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cj 식품공장들 집결#진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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