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부의 날]경제력 잃자 아내-자식들 무시
“이혼하고 나를 위한 삶 살겠다”… 60세 이상 상담 5년새 10배로
5년 전 평생을 바친 직장을 관둔 A 씨(60)는 최근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 은퇴하며 희망찬 ‘제2의 인생’을 꿈꿨지만 A 씨가 마주한 현실은 실망 그 자체였다. 아내는 남편의 퇴직금 대부분을 아들에게 사업자금으로 줬다. 퇴직금이 바닥나고 마땅한 수입도 생기지 않자 아내는 한숨을 쉬며 잔소리를 해댔다. 아내의 등쌀에 떠밀려 마지못해 건물 경비 일을 시작했지만 변변치 못한 벌이 탓에 늘 찬밥 신세였다. 아들마저 A 씨의 말은 무시하기 일쑤였다. 결국 외톨이가 된 그는 이혼 상담기관을 찾았다. A 씨는 “은퇴 후 경제력을 잃고 나니 가장으로서의 존재감뿐 아니라 인간적 존재감도 잃어가고 있다”며 “무시당하며 사느니 남은 인생이라도 편하게 혼자 살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3년 전 직장을 떠난 B 씨(62)는 사업에 실패하고 경제력을 잃은 뒤 아내의 무시와 폭언에 시달렸다. 최근 아내의 외도 사실이 드러났지만 자식들은 자영업을 해 경제력이 있는 어머니 편을 들었다. B 씨도 최근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며 뒤늦게 ‘황혼 이혼’을 택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혼을 고민하는 남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은퇴 후 가정에서 느끼는 소외감 등이 주요 이유다.
제10회 부부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민간 법률구조기관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이혼 상담을 요청한 60세 이상 노년 남성은 2015년 524명에 달했다. 57명에 그쳤던 5년 전에 비해 10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노년 여성 이혼 상담자도 254명에서 996명으로 네 배 가까이로 늘어났지만 남성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과거 황혼 이혼 상담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관계자 역시 “최근 3년 새 황혼 이혼을 상담하는 노년 남성이 5, 6배는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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