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천재…100년 묵은 난제 푼 러 수학자 발표 뒤 잠적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그리고리 페렐만 씨, 어디 있나요?’

3년 전 수학계의 최고 난제인 ‘푸앵카레 추론’을 풀었다고 인터넷에 발표하고 미국 몇 개 대학에서 짧게 순회강연을 한 뒤 고국으로 돌아간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40·사진) 씨.

22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연맹(IMU) 회의에서는 그가 수학계의 노벨상 격인 ‘필즈메달’을 받을 것이 유력시된다.

그는 2000년 미국의 부호 랜던 클레이 씨가 7개 ‘밀레니엄 난제’(푸앵카레 추론 포함)를 푸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밝힌 상금 100만 달러(약 9억5000만원)를 받을 자격도 갖고 있다.

그러나 페렐만 씨는 2003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간 뒤 어떤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고 e메일도 받지 않고 있다. 연구소를 그만둬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가 사라진 뒤 세계 수학계는 그의 주장을 토대로 책 한 권 분량의 세부 증명을 완성했다. 브루스 클레이너 예일대 교수와 존 로트 미시간대 교수 팀, 존 모건 컬럼비아대 교수와 강톈 프린스턴대 교수 팀의 증명은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인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주시핑(朱熹平) 중국 중산(中山)대 교수와 차오화이둥(曹懷東) 르하이대 교수 팀이 증명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페렐만 씨는 이 같은 세부 증명을 얻기 위한 거의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날 전망이다.

제임스 칼슨 클레이 수학연구소 회장은 “세부 증명이 완성됨에 따라 이들 증명이 앞으로 2년간의 반박을 물리칠 경우 10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며 “페렐만 씨가 상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페렐만 씨가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을 당시 동료였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로버트 그린 박사는 “그는 물질적 부에 관심이 없는 탈속한 사람처럼 보였다”며 “외모는 긴 머리에 손톱까지 길어 러시아 제정 말기의 괴승 라스푸틴을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숲 속으로 사라진 페렐만 씨의 거처가 수학계의 새로운 미스터리”라고 전했다.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1904년 내놓은 추론. ‘축구공 같은 원구(圓球) 표면의 폐곡선(閉曲線)은 한없이 작아질 경우 점으로 수렴될 수 있으며 반대로 점은 반드시 원구로 변형될 수 있다’는 추론이다. 원구에 비해 도넛 표면의 폐곡선은 아무리 수축돼도 도넛의 단면이 기둥처럼 막고 있어 점으로 수렴될 수 없으므로 이와 대조된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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