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풍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서구 관광객을 중심으로 예약이 쇄도해 몇 주일치 신청이 밀려있을 정도다.
이 투어는 미하일 오스트로프스키(26) 씨가 2년 전 ‘크레이지 가이드’라는 여행사를 만들어 시작했다.
투어의 핵심은 소형차 트라반트 승차. ‘트라비’라는 애칭으로도 알려진 이 차는 배기량 600cc, 차체 중량 약 600kg으로 오늘날에는 장난감처럼 느껴지지만 옛 동독과 폴란드 등지에서는 노동자층이 바라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차종이었다. 1991년까지 약 300만 대가 생산됐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한때는 예약 후 15년을 기다려야 차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실제로 타보면 ‘시속 100km 주행도 가능하다’는 여행사 측 설명과는 달리 시속 60km 정도에서부터 차가 덜덜거리지만 기분은 만점. 신호 대기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소음과 매연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이 차를 타고 싶었던 중년 관광객의 눈빛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차를 타고 가는 곳은 크라코프 근교의 노바우타. 스탈린이 공산주의의 ‘이상도시’로 지목해 폴란드가 1949년부터 건설한 제철도시다. 단지 안에는 공산주의 시절의 전자제품 등을 모아 일반 가정생활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도 마련돼 있다. 공산주의 시절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전형적인 노동자 복장을 한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즐긴다. 단체손님을 위해서는 좀 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한밤에 비밀경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이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을 급습해 손님 중 일부를 납치하는 연기를 해 보인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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