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붕괴가 저출산 불렀다?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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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에 사는 옐레나 헤이트만코바(여) 씨는 3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 그는 아이를 더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

헤이트만코바 씨는 “우리가 자랄 때처럼 탁아소가 많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주의 시절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는 전국에 무료 탁아소가 넘쳐났다.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설치된 이 탁아소 덕분에 여성들은 육아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

그러나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탁아소는 대부분 폐쇄됐다. 사회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구체제의 유물로 인식됐기 때문. 체코에선 공산주의 시절엔 아이를 가지면 아파트와 보조금도 받았지만 이제는 그런 혜택도 사라졌다.

이런 인프라 문제로 인해 동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3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보도했다.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의 여성 1명당 출산율은 대부분 1.3명 미만. 1990년대에 유럽에서 출산율이 1.3명 아래인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서유럽도 2004년 1.9명을 기록한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현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출산율이 2.1명 선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출산율이 지속되면 2030년에는 유럽연합(EU)에서만 200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동유럽은 낮은 출산율에 더해 해외 이민이 증가하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엄밀히 따져 중부유럽으로 분류되는 체코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카자흐스탄 등 동유럽 국가의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서유럽이 중부유럽 노동력을, 중부유럽은 동유럽 노동력을 끌어다 쓰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는 것.

각국은 보조금, 출산휴가 등 복지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한스 피터 콜러 교수는 “몇몇 유럽 국가는 50년 뒤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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