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타버린 “아메리칸드림”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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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지내던 집에서 불이 나 남매 5명과 이웃집 어린이 1명을 포함해 6명이 숨졌다. 3일 미국 시카고의 한 멕시코계 이민자의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불이 일어난 집은 시카고 북부 로저스 공원 인근의 아파트 3층. 침실 3개짜리 라미레스(40·여) 씨의 집 거실 복도에 켜져 있던 촛불은 한밤중인 밤 12시 20분쯤 주위에 옮아붙었다. 미국에 이민을 온 지 16년째인 라미레스 씨와 8명의 어린 자녀는 몇 달 동안이나 전기 없이 살아왔으며 집안의 화재경보기는 고장 나 있었다.

한 행인이 아파트 창문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화재신고를 해 3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어린이 3명만 구해 내는 데 그쳤다. 숨진 어린이들은 3∼14세로, 한방에서 웅크린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소방 당국자들은 밝혔다.

시카고선지에 따르면 라미레스 씨 가족은 전기가 끊기자 아파트 복도의 전기선을 끌어 썼지만 이웃들의 제지를 받은 뒤 촛불에 의지해 살아왔다고 이웃 주민들이 전했다.

전기회사 측은 이 집에 5월부터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으나 단전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납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기회사들은 전기료를 체납할 경우 경고장을 보낸 뒤 그래도 전기료를 내지 않으면 단전을 한다.

레이먼드 오로즈코 소방서장은 “할 말이 없다”며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애도했다.

이웃 주민 헨리 호크 씨는 “라미레스 씨 가족은 이웃과 왕래가 없었지만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이들은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항상 조용히 놀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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