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관우는 용납할 수 없어”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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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만화영화라면 아예 만들지 마라.”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명장 관우(關羽)를 주인공으로 중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만화영화가 중국의 전문가와 누리꾼들 사이에 우려를 낳고 있다고 홍콩의 핑궈(빈果)일보가 20일 보도했다.

붉은 봉황의 눈에 누에 같은 눈썹, 두 자나 되는 수염 등 소설로 전해져 온 관우의 이미지를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멋대로 바꿀 가능성이 높기 때문.

중국의 누리꾼들은 일본이 예전에도 만화영화 ‘서유기’에서 현장법사를 여성으로 바꿔 본래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례를 예로 들며 제작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린(吉林) 성 예술학원과 일본 애니메이션회사 쇼가쿠칸(小學館)이 공동 제작 중인 만화영화 ‘관공(關公)’은 180분 분량으로 5000만∼7000만 위안(약 60억∼84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쇼가구칸은 ‘명탐정 코난’을 제작한 유명 애니메이션회사.

관우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만화영화에서 관우의 캐릭터는 일본 측 만화가가 전담한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팬들은 관우의 당당한 대장부 이미지가 희화화되거나 다른 일본 만화영화처럼 ‘귀엽게’ 변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관우는 유비를 위해 끝까지 충성을 다한 신의의 인물이자 수많은 적장을 쓰러뜨린 무성(武聖)으로 숭상되고 있으며, 곳곳에 관제묘(關帝廟)가 세워져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그를 신격화하고 있다.

문예평론가 리밍취안(李明泉) 씨는 “중국인의 우상인 관우의 캐릭터가 중국인의 마음에 자리 잡은 관우와 크게 다르거나 흉악한 인물로 묘사된다면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것”이라며 “이런 경우라면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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