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불거진 것은 중국 북부 산시(山西) 성 장(絳) 현의 빈촌(貧村)에 사는 노총각 류모(29) 씨가 수천 리 떨어진 남부 구이저우(貴州) 성 웨이닝(威寧) 현까지 가서 소녀 신부를 들이면서부터. 중고교 졸업 뒤 곧바로 생업에 종사하는 중국의 시골에서 29세는 노총각에 해당된다.
지난해 5월 중매쟁이의 소개로 구이저우의 벽촌을 찾은 류 씨 부자는 12세 난 신부 장모 양을 보고 마음이 흡족했다. 즉각 1만8000위안(약 216만 원)의 ‘신부 값’을 예단비 명목으로 치르고 고향으로 데려와 양가 부모와 촌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가구와 가전제품을 비롯한 혼수품, 결혼식 비용, 그리고 신부 측에 추가로 준 3000위안 등 류 씨가 결혼비용으로 사용한 돈은 자그마치 6만여 위안.
결혼식을 마친 노총각과 어린 신부는 알콩달콩 살았다. 단 잠자리만은 신부가 “아직 어리다”며 거부해 함께하지 못했다. 소파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신랑은 지난해 겨울 어느 날 춥다는 이유로 침대로 들어와 강제로 잠자리를 가졌다.
류 씨에게 신부 아버지가 올해 5월 추가로 돈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류 씨 가족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신부 아버지는 “딸이 13세에 불과한데도 사위가 잠자리를 같이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류 씨를 강간 혐의로 구속했다. 중국 형법에 따르면 만 14세 이하 상대와 잠자리를 같이하면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죄에 해당한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류 씨를 일단 석방한 뒤 추가조사를 지시했다. 만약 류 씨가 결혼 당시 신부가 만 14세가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류 씨는 결혼 당시 신부 고향의 촌서기가 떼 준 서류에 신부가 17세라고 적힌 문건을 제시하며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 당시 신부가 하도 어려 소녀티가 났던 점으로 미뤄볼 때 신랑이 알고도 결혼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타이위안(太原)사범학원 정법과 장푸딩(張普定) 교수는 “나이를 모른 상태에서 결혼했다면 범죄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직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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