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크월드 “제가 조금 전 사망했습니다”…기발한 작별인사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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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18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올라온 유머 칼럼니스트 아트 부크월드의 동영상 부고기사. 날카로운 풍자가 가득한 칼럼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부크월드는 본인이 직접 (미리 제작된) 동영상 비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유머 작가인 아트 부크월드가 17일 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병인 신장병으로 타계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8일 전했다. 향년 81세.

‘워싱턴의 휴머니스트’로도 불려온 그는 40여 년 넘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워싱턴 정가의 엘리트 계층을 풍자한 칼럼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의 칼럼은 전 세계 500여 개 신문에 실렸다. 그는 1982년 논평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당뇨병이 악화돼 한쪽 다리를 절단한 그는 신장투석도 거부한 채 칼럼에서 워싱턴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죽음을 맞는 과정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로 묘사하며 낙관적인 정신과 의연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여기에선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밀크셰이크, 햄버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좋다. 내 생애 최고의 시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크월드는 1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영상 인터뷰에서 “신장투석을 중단했을 당시에는 의사가 2, 3주를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5개월이 지나도 계속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생존기간이 길어지자 지난해 다음과 같은 칼럼을 쓰기도 했다.

“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던 일이 많이 생겼다. 아침마다 면도도 해야 하고, 휴대전화도 괜찮은 신제품을 추가 구입하고, 유언장도 새로 작성했다. 장례 계획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다. 또 하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호스피스 시설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투병생활을 담은 ‘안녕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라는 책을 펴냈다.

부크월드 칼럼의 진수는 워싱턴 정가를 소재로 한 글. 그는 “부시 대통령은 계속 이라크 미사일을 빙산의 일각(더 많은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라고 말하는데, 부시 대통령을 타이타닉호의 선장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해학에 넘친 부크월드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1925년 뉴욕 주에서 태어난 그는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지냈고, 아버지마저 사업에 실패했기 때문.

부크월드는 회고록에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두 차례나 있었으며, 자살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고교 중퇴 후 해병대에 들어간 그는 전역 후 남캘리포니아대에서 대학 유머잡지 편집장을 하면서 글쓰기에 취미를 붙였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서 ‘파리의 밤’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필명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1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글쎄 잘 생각은 해 보지 않았지만, 아마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 아닐까요?”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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