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기 한 해 전인 1915년 가족 친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들에는 연구실적 스트레스를 받고 박봉에 시달리는 평범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편지에는 별거했던 첫 번째 부인과 함께 사는 자녀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면모도 엿보인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1915년 36세였던 아인슈타인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비인간적으로 일한다. 늘 초과근무를 한다”고 호소하면서 “동료 과학자들은 내 이론에 흠집을 내거나 먼저 연구를 끝내기 위해 밉살스럽게 행동한다”고 털어놓았다.
편지에는 또 당시 별거하던 부인 밀레바 마리치와 함께 스위스에서 사는 두 아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속병까지 얻은 사연, 두 번째 부인인 사촌 엘사 로벤탈과의 로맨스도 적혀 있다.
아인슈타인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키를 요구한 아들에게 “돈(70프랑)을 보내 주기는 한다만 우리 형편에는 맞지 않는 사치품인 것 같다”고 넌지시 타이르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살던 아인슈타인은 1914년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장을 맡아 베를린으로 옮겨왔는데 당시 독일 전반을 휘감은 전쟁의 광기에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편지에서 호소했다.
독일어로 된 아인슈타인의 편지와 엽서 130여 통은 그의 딸 마고가 프린스턴대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 기증한 것. 1986년 세상을 떠난 마고는 자신의 사망 20년 후 편지들을 일반에 공개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편지들은 최근 영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아인슈타인 편지 출간 담당자인 다이애나 코머스 버치월드 씨는 “편지들을 보면 봉급생활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서 “1915년 당시의 아인슈타인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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