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0) 전 이탈리아 총리가 여성들과 농담을 주고받은 일 때문에 아내의 요구에 따라 자신이 당수로 있는 ‘포르차 이탈리아’당을 통해 공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그가 아내에게 공개 사과를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주 열린 한 TV 시상식 만찬장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동석했던 미모의 여성들에게 “결혼만 안 했다면 당장 당신과 결혼했을 것이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말을 했다.
이에 부인 베로니카 씨는 “내 체면이 구겨졌다”며 이탈리아 좌파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1면에 편지를 실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영화배우 출신인 그녀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두 번째 부인으로 20세 연하다.
그녀는 편지에서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특히 성인이 된 두 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또 아들에게 “여성을 존중하는 것을 근본적 가치로 삼을 것을 잊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의미에서도 공개적인 사과 요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두 손을 들었다.
“제발 날 용서해 주오. 당신의 분노 앞에 무릎 꿇는 것을 사랑의 표시로 받아 주오. 무심한 실언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을 때조차도 난 당신의 존엄을 내 마음속 보물처럼 지키고 있었소.”
정치 평론가들은 아내의 사과 요구 편지를 게재한 신문이 ‘라 레푸블리카’였다는 점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더욱 당황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예전부터 줄곧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해 왔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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