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해리슨(50) 씨는 2005년 11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여보세요. 전 당신 언니예요. 우리의 아버지는 기증자 150번이랍니다’라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들이 이복형제 자매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웹사이트(www.donorsiblingregistry.com)를 통해 다니엘 파가노(18) 양이 동생 조엘런 마시(17) 양을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14일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해리슨 씨는 198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정자은행에 1주일에 두 차례 정자를 기증해 매달 400달러 정도를 벌었다. 150번은 바로 그의 기증자 번호였다. 180cm 정도에 푸른 눈을 가졌고 철학 음악 연극에 관심이 많은 그는 정자은행이 가장 선호하는 타입의 기증자였다.
그는 딸들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은행 측은 ‘익명성 보장’을 내세우며 도와주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집도 없이 레저용 차량(RV)에서 네 마리의 개와 사는 초라한 생활에 딸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는 딸들을 이어준 웹사이트에 6주 전 접속했다. 다니엘 양과 조엘런 양 외에도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또 다른 10대 소녀 2명이 있고 그들이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웹사이트 운영자 웬디 크레이머 씨에게 e메일을 보내 신분을 밝히고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크레이머 씨는 “웹사이트 내에서 접촉하는 기증자들은 있지만 직접 만나겠다고 나선 경우는 그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다니엘 양과 조엘런 양 사이에 통화가 이뤄졌다. 다니엘 양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나 실망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리슨 씨는 13일 리언이라는 이름의 세 번째 딸을 만났다. 리언 양은 “아버지의 두드러진 이마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와 똑 닮은 데 놀랐다”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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