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웬 피지 전사가… “용맹이 명예” 지원 쇄도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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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당 비례로 볼 때 이라크에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한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피지’. 남태평양에 있는, 이라크와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섬나라다. 330여 개의 화산섬으로 이뤄진 피지의 면적은 경북과 비슷한 1만8272km². 이렇게 작은 나라지만 현재 이라크 주둔 영국군에만 피지인 2000여 명이 근무한다. 유엔 바그다드 사무소 경호도 피지인 600명이 맡고 있다. 피지 인구 약 90만 명 가운데 원주민은 50%인 45만 명 정도. 피지에서 이라크로 자원해 가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원주민이다. 원주민 100명당 1명꼴로 이라크에 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 이라크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지원자가 이미 가 있는 사람보다 더 많다.

1인당 국민소득도 2000파운드(약 365만 원)로 그다지 가난하지 않는데 왜 너도나도 이라크로 몰리는 것일까. 영국 BBC 방송은 15일 그 원인을 이 섬 고유의 ‘바티(Bati)’라는 상무(尙武)문화에서 찾았다. 바티는 전사를 의미하는 신분이다.

피지의 모든 부족은 저마다 독특한 바티 문화를 갖고 있다. 바티가 되려면 벌겋게 달아오른 수백 개의 돌 위를 걸어야 하며 싸움에서는 최고의 용맹을 발휘하고 영예롭게 죽어야 한다. 바티들은 평상시 부족의 존경을 받는다.

이라크는 이들에게 바티의 신분을 증명할 좋은 전장인 셈이다.

경제적 요인도 물론 무시할 수 없다. 이라크에서 경호원으로 일하면 보통 한 달에 3000파운드(약 548만 원)를 받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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