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가 선별 낙태(selective abortion)의 윤리성을 놓고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9일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6월 밀라노 산 파올로 병원의 의사 안나 마리아 마르코니 씨는 쌍둥이를 임신한 지 18주가 된 38세 여성에게 선별 낙태 수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수술대상이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다운증후군 증세가 있는 나머지도 낙태됐다.
산모는 "의사의 끔찍한 실수 때문에 쌍둥이를 기대하던 행복감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밤에 잠도 못 이룬다고 호소했다. 부부는 변호사와 법적 문제를 상의 중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 사건은 뒤늦게 세상에 공개됐다.
마르코니 씨는 "수술 전 마지막 초음파 검사와 수술 시간 사이에 태아들이 자궁에서 위치를 맞바꿨다"며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임신 90일째까지 낙태가 허용되지만 이후에도 산모가 위험하거나 태아에게 문제가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다.
이번 사고소식이 알려지자 종교계는 낙태 반대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가톨릭의사협회는 "선별낙태는 이기적 문화의 산물"이라고 비난했고. 기독교 민주당 소속 정치인안 루카 볼론테는 "이번 사건은 영아살해나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선별낙태가 나치의 우생학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낙태 옹호론자들은 한 번의 실수가 낙태 자체의 금지론으로 확산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카를로 플라미니는 "한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고 고속도로 전체를 폐쇄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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