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복권에 당첨돼 세간의 부러움을 샀던 미국인 사업가 잭 휘태커(59) 씨가 19일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인생 내리막길을 털어놨다.
휘태커 씨는 복권에 당첨되기 전에도 1700만 달러 규모의 송유관 사업을 하던 백만장자 사업가였다. 하지만 2002년 '파워볼' 복권 사상 최대인 3억1490만 달러의 당첨금(실수령액 9300만 달러)을 받게 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언론은 그의 음주와 도박, 여자관계 등 사생활을 수시로 파헤쳤고 주변에는 물질적인 도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카지노 여직원들이 그의 폭력적 행동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모두 460건에 이르는 법정싸움에 휘말렸다.
돈 이야기만 하는 친구들과도 사이가 멀어지면서 더 이상 사람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부인과는 이혼 절차를 밟고 있을 정도로 불화가 깊어졌고 딸은 암 투병으로 고생 중이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것은 아끼던 손녀의 죽음. 휘태커 씨는 몸값을 노리는 납치범에게서 보호한다는 이유로 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교사에게 맡겼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손녀는 마약에 빠져들었고, 결국 마약 과다복용으로 17세 나이에 사망했다.
휘태커 씨는 "손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당첨금을 모두 되돌려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람들을 많이 도운 자선가로 남고 싶지만 사람들은 나를 복권에 당첨된 미치광이로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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