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든 살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13일 러시아 투데이 TV에 나와 “한국 6·25전쟁 당시 영국 정보기관 MI6에 매수돼 한국 주재 영국 부영사로 활동했다”며 “미국 폭탄이 한국의 조그만 민가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서방 편에서 공산주의와 싸우는 게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당시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북한 인민군에게 잡혀 공산주의 세뇌 교육을 받은 것이 드러나 1953년 영국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그는 영국으로 돌아간 후 1953∼1961년 MI6에 근무하면서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동베를린에서 옛 소련의 전화를 감청하고 있다는 정보를 수시로 소련에 넘겨주는 이중 스파이 활동을 했다.
1961년 행각이 발각돼 체포된 그는 영국 법원에서 1961년 4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1966년 10월 런던 형무소에서 쇠창살을 잘라내고 탈옥해 소련으로 도주했다.
러시아 해외정보국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변인은 TV 인터뷰에서 “블레이크 씨는 지금도 러시아 정보요원을 교육하고 있으며 1950년대 그가 넘겨준 정보는 엄청나게 중요했다”며 “러시아 정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최근 훈장을 줬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영국 정부의 행동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5개월 전 1970, 80년대 소련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한 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올레그 고르디옙스키에게 명예기사 작위를 수여한 것.
그는 1960년대 덴마크에 파견됐다 MI6에 포섭돼 이중 스파이 활동을 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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