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유발죄? 사우디, 피해 여성에 실형… 국제적 논란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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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알려 괘씸” 형량늘려 200대 태형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태형을 포함한 실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세인 피해 여성은 지난해 남자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사우디 법원은 1심에서 성폭행범 7명에게 각각 징역 2∼3년형을 선고했다. 여기에 그쳤다면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피해 여성도 처벌을 받았다는 점. 재판부는 1심에서 이 여성에게 90대의 태형을 선고했다. 죄목은 ‘납치될 당시 친척이 아닌 남자와 같은 차에 타고 있었다’는 것. 이슬람 율법을 근거로 한 사우디의 법은 낯선 남녀의 동석(同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여성이 변호사를 동원해 항소하자 재판부는 형벌을 더했다. 지난주 항소심에서 태형을 200대로 늘렸고 징역 6개월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언론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여성을 변호하던 변호사의 면허도 정지시켰다. 성폭행범 7명의 형량은 2∼9년으로 늘어났다.

캐나다 호주 등이 정부 차원에서 비판을 하고 국제 인권단체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이 문제는 국제적인 논란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중동 평화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 행정부는 21일 “놀랍다”면서도 “사우디 정부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는 법으로 여성에게 전신을 가리는 검은 차도르 복장을 강제하는 것은 물론 운전을 금지하고 남성의 허락 없인 여행이나 수술도 못하게 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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