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개청혼 거절하자 살해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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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방송사, 결별남녀 불러 참극… 비난 빗발

스페인의 TV 토크쇼에 출연해 공개 청혼을 받고 이를 거절한 여성이 나흘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쇼에서 청혼을 거절당한 리카르도 나바로(30) 씨라고 외신은 전했다.

22일 AP와 AFP통신에 의하면 나바로 씨는 동갑내기 러시아 여성 스베틀라나(성은 공개되지 않음)와 4년간 교제하다 지난달 말 그녀를 학대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나바로 씨는 토크쇼에 출연 신청을 했고, 제작진의 주선으로 14일 방송된 토크쇼에서 스베틀라나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제작진은 그녀에게 나바로 씨가 나온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나바로 씨는 법적으로 500m 이상 그녀에게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토크쇼에서는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반지를 건넬 수 있었다. 그러나 스베틀라나 씨는 청혼을 거절했다.

나흘 뒤인 18일 스베틀라나 씨는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목이 베인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사망했다.

나바로 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으나 21일 법원 예심에서 범행을 부인했다. 토크쇼 제작진은 그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TV 출연과 죽음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두 남녀를 한자리에 불러 모은 데 대해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적인 관계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며 방송사를 비난하고 있다.

토크쇼의 끔찍한 ‘방송사고’는 예전에도 있었다. 1995년 미국 ‘제니 존스 쇼’에 출연한 남성이 함께 나온 친구에게 “성적으로 네게 끌린 적이 있다”고 고백하자 친구가 쇼가 끝난 뒤 그를 총으로 쏘아 죽인 것.

당시 피해자 가족은 프로그램 제작진을 상대로 2500만 달러(약 233억 원)의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토크쇼가 끝난 뒤 출연진 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제작진의 책임은 없다”고 1심을 번복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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