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남짓 티베트 불교의 전통으로 지속돼 온 달라이 라마 전생활불(轉生活佛) 제도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14대 달라이 라마(72)는 27일 “내가 입적(入寂)하기 전 전생활불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종교지도자 대회 참석차 인도를 방문 중인 달라이 라마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티베트인들이 달라이 라마 제도의 존속을 필요로 한다면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연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는 임종하기 전 다시 태어날 지역을 유언하며, 달라이 라마가 죽고 10개월이 지난 뒤부터 49일 이내에 해당 지역에서 태어난 어린이 중에서 새 달라이 라마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달라이 라마는 “투표는 중국 대륙을 비롯해 인도, 네팔, 몽골까지 확대해 티베트 불교를 믿는 모든 신도를 상대로 실시할 것”이라며 “시기와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나의 사망을 준비해야 할 때 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내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지만 정기검진 결과 앞으로 10년은 더 살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달라이 라마 선출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달라이 라마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과 유지할 경우 중국 대륙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선정하는 방안, 현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기 전 차기 달라이 라마를 지명하는 방안 등 3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티베트 망명 정부가 투표를 통해 이 중 어느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전통적인 달라이 라마의 전생활불 제도는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올해 7월 ‘티베트 불교 활불 계승 관리방법’까지 제정해 활불이 되려면 반드시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도록 했기 때문에 티베트인 대부분이 사는 중국 대륙에서는 전생활불 제도를 실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1995년 달라이 라마가 당시 6세인 치에키 니마를 제10대 판첸 라마의 환생이라고 지정하자 이를 거부하고 또 다른 6세 소년 기알첸을 새로운 판첸 라마로 임명한 바 있다. 치에키 니마는 지금도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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