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내 ‘입’때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6분





“미국이 처음으로 자랑스럽다” 미셸 발언 파문

매케인은 미녀 로비스트와 염문說로 곤혹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주 공화 양당의 선두주자들이 구설에 휘말렸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연설문 표절’ 논란에 이어 아내의 섣부른 말 때문에 설화(舌禍)를 겪고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여성 로비스트와 관계된 의혹이 제기돼 혹독한 검증의 도마에 올랐다.

▽‘배우자의 가벼운 입 때문에’=“내가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진정 내 나라가 자랑스럽다. (남편인) 버락이 잘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변화에 목말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후보의 아내 미셸 오바마 씨가 18일 위스콘신 주의 대중 집회에서 한 말이다. ‘처음으로 자랑스럽다’는 대목이 역시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들은 일제히 그 대목을 강조해 보도했고 일부 군소 언론은 노골적으로 “마침내 미국이 자랑스러워졌단다”라며 비판했다.

인터넷에는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고소득과 영예 등 엄청난 혜택을 받아 온 사람이 한 번도 이 나라가 자랑스럽지 않았다는 건 흥미롭다”는 식의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매케인 후보의 부인 신디 매케인 씨는 19일 지지자들에게 “정말 이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수차례 강조해 미셸 씨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미셸 씨는 20일 “내 인생 처음으로 사람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정치에 뛰어드는 걸 보면서 그것이 자랑스러웠다는 뜻이었다”며 “나와 남편은 기회의 나라, 미국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으며 항상 절대적으로 미국이 자랑스러웠다”고 해명했다.

▽매케인과 여성 로비스트=뉴욕타임스는 21일 ‘매케인이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건 위험한 일일 수 있다’는 취지의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이 기사에서 1990년대 후반 당시 31세였던 여성 로비스트 비키 아이스먼 씨가 매케인 후보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했고 참모들은 두 사람이 로맨틱한 관계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당시 매케인 후보의 최고 선거전략가였던 존 위버 씨는 1999년 통신업계 로비스트인 아이스먼 씨를 만나 매케인 후보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매케인 후보와 아이스먼 씨는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참모들은 2000년 대선 출마를 앞둔 상황에서 여성 로비스트와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매케인 후보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

아이스먼 씨는 통신업체 팩슨의 로비스트였다. 상원 통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매케인 후보는 팩슨의 TV 방영권 매입 문제와 관련해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두 통의 편지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보낸 적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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