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1992년 이스라엘로 이민한 뒤 직장을 얻지 못해 수년간 경비원으로 일했던 러시아 수학자 아브라함 트라흐트만.
지난해 트라흐트만은 수십년간 수많은 수학자들을 좌절시켰던 '2색 이동경로 설정 문제'(Road coloring Problem)를 비교적 짧은 8쪽짜리 해법을 통해 명쾌히 풀어냈다.
1970년 유대계 미국인인 벤야민 바이스와 당시 IBM에서 일했던 로이 아들러가 처음 제시한 이 문제는 어떤 사람의 현재 위치와 상관없이 목적지로 안내할 수 있는하나의 보편적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 문제의 전제는 지도상에 일정한 수의 도시가 있고 각 도시에서 나오기만 할 수 있는 도로가 2개씩 있으며 도로들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거나 다른 도시로 향할 수 있는데, 각 도시에서 출발하는 도로들을 다른 두가지 색깔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이때 도로를 구분하는 색깔들을 나열함으로써 어떤 도시에서든 다른 도시로 가는 길을 설명할 수 있다는게 이 문제의 주된 내용이다.
바이스는 8년간 해법에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후 30년간 대략 100여명의 수학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지만 성공한 이는 없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수학교수인 조엘 프리드먼은 본인을 포함, 수학의 응용 분야인 기호동역학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한 번씩 이 문제에 도전한 바 있으며 그래프이론 등 연관분야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견 논리에 어긋나 보이는 이 명제가 지도작성과 컴퓨터과학 등 실생활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트라흐트만을 텔아비브 인근 바르 일란 대학으로 영입한 동료 수학자 스튜어트 마골리스는 인터넷 또한 수많은 네트워크로 구성된 하나의 지도로 나타낼 수있어 이번 성과의 주된 응용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골리스는 "예를 들어 전송 도중에 없어진 이메일을 찾을 때 이 원리를 적용할수 있다"며 "처음 온 마을에서 길을 잃었고 거리에 표지판조차 없는 상황이라도 이 해법에 따르면 아무 문제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의 시각에서조차 이건 반(反)직관적인 것이지만 웬일인지 맞아 떨어진다"면서 수학계에선 이번 결과에 대한 칭찬이 무성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착수한 지 1년만에 해법을 도출해 낸 트라흐트만은 "해법은 어렵긴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해법이란 복잡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명쾌하고 단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라흐트만의 해법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으며 곧 이스라엘 수학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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